우리들 이야기

'2PM'의 박재범 발언 비난은 천박한 애국주의!

이카로스의 날개 2009. 9. 9. 01:09

 

어린 연예인을 또 다시 궁지로 몰아가려는 한심한 사람들
- 미성년인 연습생 시절에 한 사적인 발언일 뿐인데


(서프라이즈 / 철학자 / 2009-09-08)

 

'2PM'의 리더 박재범의 이른바 '한국 비하 발언"으로 그에 대한 온갖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 연예계를 퇴출시켜야 하다는 주장부터 아예 추방하고 입국을 금지시키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그의 문제의 발언은 연습생 시절인 몇년 전에 미국의 지인에게 "나는 한국인이 싫어, 돌아가고 싶어~", "여기 사람들은 내가 랩을 잘 못하는데 잘한다고 생각해. 멍청이 같아" 등 한국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박재범의 현재 나이가 22세라고 하는데 몇 년 전에 한 발언이라면 그가 아직 미성년일 때 한 발언이다. 게다가 아직 공인이라고 할 수 없는 연습생 시절에 지인에게 한 사적인 감정 토로일 뿐이다. 그런 발언을 두고 온갖 비난을 퍼붓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비난을 들어보면 경박한 애국주의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한류열풍으로 한국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됐고, 해외에서 들려오는 한류 열풍 소식에 기분 좋아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그런 자부심이 다른 나라에 대한 우월감을 가지는 식의 애국주의나 배타적 애국주의로 연결되면 안될 일이다. 

박재범의 발언이 어떻게 '한국비하 발언'이 된단 말인가 

박재범의 발언이 어떻게 한국비하 발언이 된단 말인가? 근대화가 시작된 이후 한국인 스스로 한국의 문제를 적극 비판하고 자성하며 고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발전해 왔다.

지금도 여전히 정치문제에서부터 연예계 문제까지 비판되고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잘못된 점이 고쳐지고 있는 것이다. 박재범의 발언을 '한국 비하'라고 한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매일같이 하고 있는 비판들도 '한국비하 발언'이 되는 것이다.  

박재범의 발언은 솔직하고 사적인 감정을 사적인 위치에서 자유롭게 토로했을 뿐이다. 그런 발언을 두고 '한국 비하 발언'이라고 하며 사이버테러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것은, 마치 얼마전 중국 유학생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중국올림픽 성화 봉송을 보호한다며 한국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과 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무지와 천박한 애국주의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일본에서는 외국인에 방송에 나와서 얼마든지 일본을 비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자유가 존중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사회에서의 성숙한 의식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철없고 속좁은 애국주의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주주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과 같은 천박한 애국주의 

자유롭게 말할 수 없을때 거짓과 위선이 생겨나고 그런 사회는 의식수준이 낮고 민주주의 의식이 낮은 부끄러운 미성숙 국가일 뿐이다.

박재범의 발언뿐 아니라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때 외국인들은 더욱 한국이 성숙한 민주국가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의 단점이 자유롭게 비판되고 말해질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고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재범의 발언에 격분하고 퇴출 운운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민주국가로서 미숙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가 우리를 비판하는데 외국인이 우리를 비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미국에 가서 살면서 미국의 단점들도 보일 것이다. 그 단점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다면 우리가 미국을 자유국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오히려 미국에 대한 안좋은 감정만 생길 것이다.

이제 유치하고 민망한 애국주의로 인한 소모적인 논란은 졸업해야 할 때 

요즘 박재범과 같은 비슷한 사건들이 자주 생기고 있다. 한국방송 '미수다'의 출연자인 독일여성 베라의 발언을 두고도 치졸한 애국주의로 흥분하고 비난을 해댔는데 모두가 우리 사회의 미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끄럽고 민망한 현상들이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고칠 것은 고쳐야하는데 객관적 시각에서 외국인이 우리를 보고 비판이나 칭찬을 해준다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고 그런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발전에도 좋은 것이다.

이번 일로 박재범이 상처를 받았을 터이지만 개의치 말고 당당했으면 한다. 개인의 생각과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죽은 사회다. 유치한 사회다.

박재범이 지금같은 공인의 상태이면서 공적인 공간에서 발언했다면 경솔했다고 할 수 있지만, 연습생 시절에 사적인 발언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한 개인이 힘들고 답답한 심정을 지인에게조차 자유롭게 토로할 수 없다면 그게 말이 되는가! 그게 민주국가인가?

한편으로는 이런 기사꺼리도 안되는 것을 기사화하며 논란을 증폭시키는 한심한 일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이번일로 재능많은 젊은 연예인이 상처받고 활동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2PM'이 아시아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또한 JYP의 박진영 씨도 한국 연예인의 해외진출에 진취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일정한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다. 일각에서 박진영 씨에 대한 비난도 하고 있는데 이런 소모적이고 유치한 일들은 이제 그만 졸업할 때가 되었다.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중에 박재범의 '2PM' 자진탈퇴 소식이 들려왔다. 안타까운 일이다. 미성년 때에 한 사적인 발언을 가지고 가수활동까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가 정말 정상적 사회일까? 최소한의 관용, 미친 사회같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오마이뉴스, 한겨레, 서프라이즈, 프레시안, 다음에도 올려집니다.

(cL)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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