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노빠

거의 3년 전에 칼럼...새삼 놀라울 뿐입니다.

이카로스의 날개 2010. 10. 23. 03:29

 

거의 3년 전에 이런 칼럼이 있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뿐.

 

[칼럼] 대통령에 가장 필요한 자질은 인물적 통찰
입력 :2008-01-21 14:47:00   김미선 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당선을 “국민들이 이념이 아닌 실용을 선택한” 결과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차기 정부 5년을 실용주의 정신 하에 이끌어 갈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그가 말하는 ‘실용’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차기 정부에 대한 정책적 구상과 결부시켜 볼 때

그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유추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이 당선인은 이 ‘실용’이라는 말을 참여정부의 정책 방향과 구분하기 위해서 쓰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제일성은

‘일류 정치’에로의 정치개혁이었는데 반해 이 당선인의 제일성은 ‘경제성장’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실용의 첫째 의미는

“정치중심에서 경제중심으로”임을 알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반기업적이라고 한다. 반면 자신은 친기업적임을 기회 있을 때마다 거듭 강조해 왔다.

이 당선인은 출자총액 제한, 금산 분리 등의 규제를 모두 풀거나 완화시킬 자세이다.

그것이 우선 기업하기에 좋을지 모르지만 사회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오로지 단기적 경제성장만 추구하는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

기업의 규제를 풀어서 기업하기 좋게 하는 것이 이명박 방식이라면 정치자금 필요 없는 기업환경 등을 만들어 기업하기 좋게 하는

것이 노무현 방식이다.

여기에는 두 사람의 인식의 차이가 있다. 노무현은 정치와 경제는 불가분의 것이며, 좋은 경제는 반드시 좋은 정치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정치개혁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이명박은 경제와 정치는 별개의 것이며 정치는 경제에 엉겨 붙는 식객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인수위를 정치인 위주가 아니고

실무 중심으로 구성하겠다는 그 발언 언저리에는 정치혐오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는 경제가 풀리면 정치는 저절로 풀린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서 ‘실용주의’라는 것은 '경제 중심주의'를

의미하고 아울러 ‘반정치주의’라는 부가적 뉘앙스도 갖고 있다.

이 당선인은 과거사 정리를 지난 과거를 꼬치꼬치 캐내어 사회적 불화를 심화시켜 왔다고 보는 것 같다. 갈 길이 바쁜데 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어야 하는가? 친일파가 있었다면 그게 언제 적 일인가? 다 지난 과거 아닌가? 그래서 그는 일본에 대해서도 일제강점기 과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반면 노 대통령은 과거사 정리를 해원의 입장에서 본다. 원한을 풀어주지 않고는 통합도 없으며 그러므로 미래도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미래를 과거와 불가분의 연관성 속에서 파악하는 반면 이 당선자는 미래를 과거와 무관하게 성립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점에서 입장 차가 뚜렷하다.

이제 이명박 정부는 14개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를 해체시킬 모양이다. 노 대통령이 미래를 위해서 만든 과거사 위원회를 이 당선인은

바로 그 미래를 위해서 해체시켜야 한다고 한다.

과거사 규명은 노 대통령에게 미래의 발전을 위한 원한 해소인데, 이 당선인에게는 미래의 발전을 가로막는 분란이다.

그래서 그는 “이제 우리는 과거와 잡았던 손을 풀고 미래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이 당선인의 ‘실용’의 두 번째 의미가 드러난다. 바로 ‘반역사주의’다.

비즈니스를 하듯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 이 당선인의 국정운영방식이다. 이것은 이 당선인이 기업 CEO 출신이라는 데서 당연히

예상되었던 점이다. 비즈니스는 실적으로 말하고 실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의미에서 ‘실용’의 세 번째 의미는 '실적주의'다. 이 실적주의가 관료사회에 지나치게 강조되면, 실제 일은 하지 않으면서 점수

관리 잘하는 약삭빠른 관료들이 극성을 부리게 된다.

이른바 ‘관료주의’다. 이것이 대운하사업과 같은 거대 토건사업과 맞물려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이웃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10년'이

잘 보여주고 있다.(알렉스 커, ‘치명적 일본’참조)

반정치주의, 반역사주의 그리고 실적주의로 드러나는 이명박 표 실용주의가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어갈지 걱정이다.

사실 실용주의는 기업 CEO가 아닌 대통령의 통치 앞에 붙일 만한 단어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정치, 경제, 역사를

아우르는 인문적 통찰이어야 한다.


편집자주 필자 김미선님은 국제신문 수석논설위원입니다. 본 칼럼은 국제신문에서 게재된 글입니다. 필자 김미선 위원의 허락을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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