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세계
심경호 (지은이) | 문학동네 | 2006-02-28 | 양장본 | 383쪽 | 227*158mm | 575g | ISBN(13) : 9788954601139
인상깊은 문구
- 밤이 깊도록 시인은 홀로 깨어 서성인다. 독성, 이것이 한시의 영원한 주제이다.
세상 물결에 휩쓸려 잠길라 뜰락 하면서 흘러가면 그만인 인생을, 시인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
이 절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시에는 그 긴장이 있다.
- 가지런하지 않은 시구들로 험준한 산세를 상징하였다.
- 귀신도 그의 시를 애송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
- 이승에서의 만남은 잠시 잠깐의 것임을 알기에, 만남의 기쁨은 덧없고 죽음보다 더 슬픈 고독이 영구하게 남으리라는 것을
시적 화자도 알고 독자도 안다. 이렇게 지독한 슬픔이 또 있을까.
- 큰 기둥같이 높은 산이
하늘 한쪽을 떠받치고는
한 시각도 내려놓지 않구나.
역시 저절로 그렇네.
이제라도 무너져내릴 하늘을 온몸으로 떠받치려는 기상을 엿볼 수 있다.
- 따져보면 공적이 죄과를 덮어주지 못하네.
- 좋은 개는 말과 벗이 되면
늙어도 충성스럽다 칭송받지만,
아래로 돼지와 짝이 되면
똑같이 부엌에서 삶긴다오. - 장지완
- 역사에 족적을 남긴 위대한 인물들의 '광기 어린' 행위가 그러하듯이.
- 달이 외로이 걸린 때 강물 소리 홀연 매섭구나.
- 대자연이 내게 문장을 빌려주니 어이 말이 없으랴. - 김시습
- 한 줄기 푸른 시내는 마음 밝히는 거울
만 그루 붉은 복사는 눈부신 노을.
조화옹이 어찌 특정 사물만 편애하리.
- [대지의 노래]에 일관된 주조는 아름다운 것, 가치 있는 것은 청춘도, 아름다움도, 우정도 결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슬픔이다.
- 그가 바라보는 해당화는 실재성을 넘어서서 시인의 영혼 속에 피어난 꽃이다. 곧 심화인 것이다.
- 무력(無力)
- 본디 높은 곳에 거처하여 배부르기 어렵거니
쓸데없이 수고하여 목소리를 허비함이 한스럽네 - 이상은
- 한유는 이 시에서 당시 영웅들이 활동하던 시기를 회고하고, 인간사에는 '건곤일척'의 중요한 고비가 있음을 논하였다.
- "어떤 사람들은 스물다섯살에 이미 죽어버리는데 장레식은 일흔다섯 살에 치른다." - 벤저민 프랭클린
- 그는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켰고, 그럼으로써 현실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
- 읊조려 서너 개 적당한 글자를 찾으려고 수염을 몇 개나 비벼대어 끊었던가? 다섯 자 글귀를 만들려고 일생의 마음을 다 부수었다.
- 누가 고래가 개미에게 욕볼 거라 여겼겠나 주린 벼룩이 두꺼비를 참소하다니.
한시 감상의 기초 개념과 한시의 양식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입문서. <김시습 평전>, <한시기행>의 고려대 심경호 교수가, 2001년부터 2년간 월간 「현대시」에 연재했던 원고를 다듬고 여기에 새로운 내용을 보충하여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한시 구성의 기본 원리에서부터 한시 미학의 핵심적인 개념들, 한시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 한시 창작의 방법론 등을 200편이 넘는 다채로운 한시와 더불어 설명했다. 당시와 송시뿐 아니라 뛰어난 한국 한시까지 골고루 소개해 '한시의 세계' 전체를 균형 있게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열다섯 장으로 나누어진 주제들 중 관심이 있는 것부터 차례로 읽어나가도 무방하지만, 초심자라면 맨 앞의 '나도 한시를 지을 수 있을까?'에서 평측과 압운 같은 한시 구성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가는 편이 좋다.
책을 엮으며
1. 나도 한시를 지을 수 있을까?
2. 한시와 산수 자연
3. 경(景)과 정(情)의 교직
4. 기흥(起興)과 비유(比喩)
5. 언지(言志)와 연정(緣情)
6. 영물(詠物)의 방법
7. 양식의 선택
8. 역사의 해석
9. 민중 삶의 반영
10. 풍자의 양태
11. 구도 정신의 표출
12. 격조(格調)와 신운(神韻), 그리고 성령(性靈)
13. 창작인가 모방인가
14. 작가의 위상
15. 한국 한시의 가능성
참고문헌
인용 한시와 출전
더보기春宵一刻値千金 봄날 밤은 한 시각이 곧 천금
花有淸香月有陰 꽃은 맑은 향기 품고 달빛은 어스름하다.
歌管樓臺聲細細 누대에선 노래와 피리 소리 가늘게 들려오고
楸韆院落夜沈沈 그네만 남은 정원에 밤은 점점 깊어간다.
술자리가 벌어졌던 누대에도 밤이 깊자 노랫소리와 피리 소리가 희미하다. 그래도 불빛이 여전히 휘황한 누대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시인은 정원에 홀로 서 있다. 낮에는 여인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깔깔대는 웃음을 흘리며 그네를 뛰던 정원이다. 밤이 깊도록 시인은 홀로 깨어 서성인다. 독성(獨醒), 이것이 한시의 영원한 주제이다. 세상 물결에 휩쓸려 잠길락 뜰락 하면서 흘러가면 그만인 인생을, 시인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한다. 이 절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시에는 그 긴장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저자 : 심경호
최근작 : <한시의 성좌>,<분류와 합류>,<사물의 분류와 지식의 탄생> … 총 96종 (모두보기)
소개 :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철학을 부전공으로 삼았다. 석사과정에서 고전문학(한문학)을 전공하고, 일본 교토대학 중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위당 정인보와 서여 민영규의 학맥을 이었다.
어려서 한문을 공부한 저자는 한국한시보다 당시唐詩와 송시宋詩, 악부가행의 시들을 두루 한국 한자음으로 읽었다. 그러면서 중국한시를 한국의 지성들이 사색의 종자로 삼아 온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후 한국한시를 연구할 때 늘 그것과 중국한시의 관계를 탐색했다. 『한국한시의 이해』(2000)는 한국한시의 ...
더보기고려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출신으로, 철학을 부전공으로 삼았다. 석사과정에서 고전문학(한문학)을 전공하고, 일본 교토대학 중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위당 정인보와 서여 민영규의 학맥을 이었다.
어려서 한문을 공부한 저자는 한국한시보다 당시唐詩와 송시宋詩, 악부가행의 시들을 두루 한국 한자음으로 읽었다. 그러면서 중국한시를 한국의 지성들이 사색의 종자로 삼아 온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후 한국한시를 연구할 때 늘 그것과 중국한시의 관계를 탐색했다. 『한국한시의 이해』(2000)는 한국한시의 작가와 형식에 대해 개관하고 『한시기행』(2005)은 한국한시에 반영된 역사미를 음미했지만, 『한시의 세계』(2006)나 『한시의 서정과 시인의 마음』(2011)은 한시 일반의 양식과 상징, 표현 수법을 검토하면서 중국한시와 한국한시의 관계에 대해 논평했다. 이번에 집필한 『한시의 성좌』는 중국 시인들의 삶과 내면을 살피고, 중국한시에 대해 평론한 것으로 앞선 저작의 연속선상에서 섬세하게 중국한시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심경호의 한 마디
이 책에서 나는 한시에 관한 여러 주제들을 다루되, 논증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스스로 터득하고 또 내가 경험한 사실들을 정연하게 소개함으로써, 한시의 드넓은 세계를 탐색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도구들을 마련해드리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