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두 개의 리스트'를 다루는 방식
조선일보가 '두 개의 리스트'를 다루는 방식
(블로그 '미디어후비기' / hangil / 2009-03-20)
지금 한국 사회에는 두가지 리스트가 있다.
첫째 '장자연 리스트', 둘째 '박연차 리스트'다.
'미디어토씨'('박연차리스트'와 '장자연리스트' - 아래 관련 글 참조)는 이렇게 지적한다.
"똑같이 '리스트'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실체는 다르다. '박연차 리스트'는 없다. 박연차 회장이 검찰 앞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또는 정황이 잡힌 인사들을 통칭하는 것일 뿐이다. '장자연 리스트'는 있다. KBS가 입수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고 장자연 씨의 필적과 동일하다고 잠정결론 내린 문건에 실명과 직책 등이 기재돼 있다. 시중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리스트를 빼면 이렇다."
자, 이 두가지 리스트를 과연 조선일보는 어떻게 다룰까?
먼저, '없다'는 '박연차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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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조선일보 1면이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정욱씨가 검찰에 체포됐다는 기사가 탑으로 올랐다. 이정욱씨는 2005년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이 선거구로 포함되는 경남 김해갑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사람이다.
조선일보는 "검찰은 박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민주당 이광재·서갑원 의원, 김원기·박관용 두 전직 국회의장, 김혁규 전 경남지사, 송은복 전 김해시장 등도 보강 조사를 거쳐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박연차씨 일방이 주장한 명단을 말 그대로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누가 포함돼 있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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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3월 20일) 조선일보 1면이다. 이틀만에 다시 '박연차 리스트'가 1면 톱으로 떴다.
박연차씨 진술에 의하면 '현직 고검장'도 돈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 외 전·현직 검찰간부 6명에게 금품을 줬다는 진술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 민주당이 대부분인 정치인 명단은 '공개'하면서 돈을 받았다는 검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검사의 차이가 무엇일까? 궁금하다.
어쨌든 조선일보는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를 줄기차게 부각시키고 있다. 타겟은 당연히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그리고, '장자연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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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조선일보 12면에 게재된 기사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다루고 있다.
조선일보는 "방송계와 재계, 언론계 인사 10여명의 실명이 '장자연 리스트 거론 인사'라는 명목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무차별 유포되고 있다"며 "이 리스트는 소위 '찌라시'로 불리는 증권정보지가 그 출처로 추정될 뿐 누가 뭘 근거로 만들었는지, KBS가 '쓰레기봉투에서 주웠다'고 주장하는 일명 '장자연 문건'과는 어떻게 다른지, 검증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괴소문'으로 취급했다.
조선일보는 또 "장자연 리스트의 진위, 성상납, 술접대 의혹의 실체는 결국 수사를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서는 이 리스트의 전부 혹은 일부가 고의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며 계속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몰아간다. 특히 "실체는 결국 수사를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는데, 조선일보는 어떻게 박연차씨의 진술에 불과한 민주당 인사들의 명단을 1면에 공개했는지 알 수 없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괴담은 괴담대로 커지고 루머 유포자에 대한 수사는 아예 착수조차 못한 상태"라며 경찰에 대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라고 '장자연 리스트' 유포에 경찰이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또 "'장자연 문건'에 실명이 등장한 인사들이 결백 여부와 상관없이 의혹을 몽땅 뒤집어쓰고, 그 피해조차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며 마치 '장자연 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 결백한 것인양 보도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과연 어떤 취재를 했길래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인지 알려주면 정말 고맙겠다.
만약 자체 취재 결과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면, 과연 조선일보가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이토록 하늘과 땅 차이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출처 - http://www.mediawho.net/entry/paper090320001
ⓒ hangil
[관련 글] '장자연 리스트'가 있단다. 고 장자연 씨가 소속사 대표의 강요에 못 이겨 술 접대와 성 상납을 한 인사 10여명의 명단이란다. 방송계와 기업계 인사뿐만 아니라 유력언론사 대표까지 거명된 리스트란다. 차이가 있다. 똑같이 '리스트'라고 이름 붙여졌지만 실체는 다르다. '박연차 리스트'는 없다. 박연차 회장이 검찰 앞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또는 정황이 잡힌 인사들을 통칭하는 것일 뿐이다. '장자연 리스트'는 있다. KBS가 입수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고 장자연 씨의 필적과 동일하다고 잠정결론 내린 문건에 실명과 직책 등이 기재돼 있다. 시중에 떠도는 출처불명의 리스트를 빼면 이렇다. 차이가 하나 더 있다. 검찰은 열심히 뒤진다. 박연차 회장을 압박해 정관계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 둘 진술하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은근히 뺀다. 처음엔 "문건내용에 폭행·성 강요·술자리 강요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돼 있다"고 했다가 이제 와선 "경찰이 확보한 리스트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납득할 수가 없다.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는 본질상 같다. 먹이사슬구조의 정점에 있는 유력인사가 불법적으로 상납을 받았다는 점에서 두 리스트는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상납 품목이 하나는 금품이고 하나는 성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행위의 질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도 경찰은 뒤로 뺀다. 검찰은 열심히 뒤지는 반면 경찰은 차려준 밥상마저 뒤로 물리려 한다. 그래서 납득할 수가 없다. 납득할 순 없지만 정리할 순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의지를 저울에 올려놓을 수 있다. 한쪽의 용기를 높이 사고 다른 한쪽의 눈치를 성토할 수 있다.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
(미디어토씨 / 김종배 / 2009-03-20)
'박연차 리스트'가 있단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금품을 건넨 정관계 인사 70여명의 명단이란다. 여야의 국회의원,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거명된 리스트란다.
하지만 섣부르다. 삐져나온 현상만 갖고 서둘러 결론내리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사진 출처 = KBS 홈페이지
정치권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박연차 리스트'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소리다. 실제로 언론에 의해 보도된 '박연차 리스트'엔 박근혜계 인사와 친노 인사만 거명돼 있다. 여당의 주류 인사는 쏙 빠져있다. 그래서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수사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바로 이게 예단을 경계하는 이유다. 정치권에서 나도는 의혹 또는 음모론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검찰과 경찰의 수사의지를 저울로 재는 건 무의미해진다. 오히려 검찰과 경찰 모두 유력인사의 위세에 눌려 '트위스트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할지 모른다. 두 곳 모두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는 지적 말이다.
이렇게 짚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일지 모른다. 다른 여러 가능성, 즉 실제로 이명박계 유력인사가 금품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 유력언론사 대표가 성상납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의도 정치에 부정적인 이명박 대통령이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차제에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더라는 보도도 나오는 판이다.
아무튼 지켜볼 일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일이다. 검찰과 경찰의 '트위스트 수사'를 동시에 감상해야 하는 경우도 상정해야 하고 또 다른 '저울재기'도 준비해야 한다. 권력실세와 유력언론사 대표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센지를 재는 일 말이다.
※ 출처 - http://mediatossi.com/entry/박연차리스트와-장자연리스트
ⓒ 김종배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5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