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책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

이카로스의 날개 2015. 5. 10. 23:04

 

 

 

<거문고 줄 꽂아놓고> 이후, 이승수 선생님의 너무 좋은 책.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

이승수 (지은이) | 산처럼 | 2009-01-25 | 반양장본 | 240| 210*148mm (A5) | 312g | ISBN : 9788990062345

 

인상 깊은 문구

 

- 삶의 몫이 신에게서 인간으로 넘어온 뒤, 사람들은...

 

- 지는 해나, 산의 아름다움 앞에 잠시 멈춰서 "아!" 하고 탄성을 지르는 것은 신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 세상에 알릴 만한 행적이 있는데도 알리지 않는 것은 뒷사람의 책임이다.

 

- 그림이나 거울 속 자기 눈에 깊이 빠져들수록 세상에서 그는 더욱더 외로워진다.

 

- 무너질수록

  존재는 진실해진다

  페허만이 자유롭게 숨을 쉰다.

 

- 모순은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의 근원임 셈이다. 모든 문학은 모순의 통찰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 귀가 예민한 개는 깊이 잠들지 못한다... 사회적 책임감이 강한 지식인과 예술가는 늘 불안하다.

그들은 늘 어둠이 오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 이후 명나라를 부모의 나라라고 떠받들다가 청나라로부터 '아녀자의 나라'라는 조롱을 들었다.

 

- 죽음이 패배는 아니며, 수많은 죽음 가운데서 승리가 태어날 수 있다고 하여,

 

- 자유를 알기 전에 한 복종은 짐승의 길듦이지 인격의 순종이 아니다.

 

- 목걸이를 살리기 위해 여타의 액세서리를 다 포기하듯..

 

-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 예술은 항상 죽음을 상상하며 또 이것으로 항상 삶을 창조하는 것이다.   - 오재국 옮김

 

- 구원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 지나고 보면 한 사람의 영웅이 남고 수많은 아픔이 묻혀버리는 것, 그것이 전쟁이다.

 

-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그 말에 담긴 끔찍한 비극을 뻔히 알면서도 오로지 자기 권력과 이익을 위해 좌익이니

빨갱이니 하는 말들을 교묘하게 내뱉는 사람들이다. 이보다 더 나를 슬프게 하는 건, 그런 사정도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그 말들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의 천진함이다.

 

- 문필을 잡은 이라면 독자와 출판사와 평론가와의 안이한 연대를 끊고 홀로 자기 속에 침잠하여 사유를 단련하고 도서관에 파묻혀 공부를 할 때이다.

 

 

명문이 너무 많지만 이만 줄인다..

 

 

 

 

갈래와 시대, 언어와 국적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학작품들에서 삶의 비근한 소재들을 뽑아내 소개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헤밍웨이, 밀란 쿤데라, 베르나르 베르네르, 박제가, 박지원, 김소월, 김수영, 허만하 등의 작품들을 절망, 불안, 풍자, 공포, 이별, 사랑, 소멸, 죽음, 고독 등 26개의 주제에 맞춰 이야기한다.

 

서설 - 그대 삶은 모두 문학의 자궁

절망 - 그래도 살아보라는 속삭임

여행 - 떠나지 않으면서 삶을 어이 견디리

소멸 - 사라지는 것들 앞의 찬란한 슬픔

호기 - 긴 파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거울 - 어둠 속에 있는 그를 찾아가다

폐허 - 거기서만 바람이 자유롭다

탄생 - 왼새끼를 꼬아 이 땅에 금줄을 두르리라

전장 - 상처를 가리지 마라, 얼굴을 돌리지 마라

모순 - 눈물이 마르면 달빛과 담장의 경계로 서지 못하리

풍류 - 청향은 잔에 지고 낙홍은 옷에 진다

불안 - 잠과 피곤 사이를 헤매는 방랑자

광기 - 광인의 눈길을 빌어 세상의 부조리를 투시한다

해학 - 삶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눈길

분노 - 싹을 틔우고 파도를 일으키는 내 안의 힘

풍자 - 분노는 내려놓고 여유를 입은 뒤 비수를 품다

사랑 - 날아가게 하고 태어나게 하는 만물의 어머니

공포 - 이따금 출몰하여 이름을 물어보는 심해의 괴물

유폐 - 벽을 감지하는 자만이 자유를 꿈꿀 수 있다

이별 - 갈림길 속 다시 갈림길,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는 마음

우정 - 벗이여, 그대가 있어 나는 편지를 쓰네

동경 - 나는 미지의 세계를 꿈꾼다, 고로 존재한다

신념 - 뜻 세워 집 나서니 살아선 아니 돌아오리

한적 - 거꾸로 소를 타고 젓대를 부는 마음

비애 - 숙인 고개와 뒷모습이 감춘 사연들

죽음 - 어둠을 상상하여 새로운 빛을 빚어내다

고독 - 등불 앞에서 만고를 떠도는 마음

 

 

김시습의 <금오신화> 다섯 편 소설의 주인공은 20세 미만의 제자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시간은 모두 어스름한 저녁이나 밤이고, 공간은 용궁이나 염라국 같은 이계이다. 주인공은 어둠의 시간 이계 여행이나 신비체험을 통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사랑을 성취한다. 그러나 이는 지속될 수 없는 순간의 만남이고, 공인받을 수 없는 자기 안의 체험이다. 어둠이 가시고 이계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절망하고, 고독감에 시달리다가 세간에서 종적이 사라진다. 김시습의 삶을 염두에 두면, "안개 낀 깊은 골짝 인적은 없는데, 이따끔 뫼꽃 있어 나를 향해 피었구나"와 같은 시구는 꽃과의 일체감이 아니라, 뫼꽃 말고는 교감할 수 없는 고독감의 표현이다. - 본문 238, '고독' 중에서

     

저자 : 이승수 

최근작 :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거문고 줄 꽂아놓고>,<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 14(모두보기)

소개 : 경기도 광주 사람으로 한양대 국문과에서 수학했다. 문학을 중심으로 역사와 지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옛이야기를 듣고,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한다. 10년쯤 뒤에 재미와 울림이 있는 한국문학사를 짓는 꿈을 종종 꾼다. 최근 <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등의 책을 냈으며, 박문수 전승의 역사적 기반 탐색, 불가(佛家) 한시(漢詩)에 내재된 그리움과 번민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의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양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이승수의 한 마디

문학은 삶이라는 집에 달려 있는 창문이고, 삶의 밭 사이에 나 있는 두둑길이다. 사람들은 문학이라는 창문을 통해 삶을 엿보고, 문학이라는 길 위로 삶을 가로질러 간다. 이 책은 문학이라는 창으로 삶을 엿보고, 밭 사이에 나 있는 길을 거닐며 삶을 돌아본 이야기이다. 삶을 입론의 기준으로 삼았으니, 갈래와 시대, 언어와 국적 등은 문제 삼지 않았다. 나는 나의 눈길이 낳고 마음이 미치는 바 문학으로 삶을 이야기한 것이다. 독자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각자의 삶과 문학을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러면 바로 그 자리에 새로운 '삶과 문학의 세계'가 세워질 것이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삶은 문학을 낳고 문학은 삶을 빚고

 

문학은 무엇인가. 문학이란 것이 나와는 너무나 멀리 동떨어진 거룩한 혹은 아득한 그 무엇으로 느껴지지는 않는가. 지금 여기 살고 있는 나와 내 이웃들의 평범한 삶이 풍요로운 이야깃거리가 되고, 고통받는 절망의 순간이 문학의 클라이맥스가 되어 인생의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내고, 어둡고 그늘진 삶에 따스한 위안이 되는, 문학 작품들의 순간순간들을 이 책은 찾아나선다. 삶은 문학을 낳고 문학이 삶을 빚는 것이다.

이 책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갈래와 시대, 언어와 국적 등을 넘나들며 <절망>에서부터 시작하여 <여행>, <소멸>, <호기>, <거울>, <폐허>, <탄생>, <전장>, <모순>, <풍류>, <불안>, <광기>, <해학>, <분노>, <풍자>, <사랑>, <공포>, <유폐>, <이별>, <우정>, <동경>, <신념>, <한적>, <비애>, <죽음>, <고독>까지 26개의 주제어로 삶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문학의 순간들을 살펴보고 있다. 체호프의 <6호실><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에서 광기를 얘기하는가 하면, <수호전>에서 분노를 새겨보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는 사랑의 환희를 만끽해보고자 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 헤밍웨이, 밀란 쿤데라, 베르나르 베르네르, 박제가, 박지원, 김소월, 김수영, 허만하 등의 작품들이 주제에 맞추어 넘나들며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이 책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갈래와 시대, 언어와 국적 등을 무시로 넘나들며 다양한 문학작품들에서 삶의 비근한 소재들을 섬세하게 뽑아내 소개하고 있다. 아름답고 정제된 문체, 풍부한 감성이 발휘된 주제어에 대한 접근, 밑줄을 긋거나 가슴에 새기고 싶은 아포리즘 같은 구절들로 가득한 이 책은 팍팍한 하루하루에 지쳐가는 우리에게 한 줄기 청량한 바람 같이 마음을 맑게 하고 오랜 향기를 남기며 맴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