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씨가 지난 10일 올린 글 한 편이 대단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더군요. '아직도 부족합니까?'라는 제목을 단 글(☞ [관련기사] 전여옥 “안재환 죽음을 몰고온 악플러들?”)이, 아니나 다를까 네티즌들에게 욕을 엄청 잡수고 계시더군요. 개념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느나고. 부럽습디다. 욕을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지 않습니까.
참, '아니나 다를까'란 말을 덧댄 것은 '독설의 달인'이란 세간의 별명답게 여옥 씨가 쓴 글마다 엄청난 비난과 바아냥의 쓰나미를 몰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입을 열었다 하면 듣는 이의 뚜껑이 절로 열리게 만들고 자동으로 썩소를 짓게 만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단한 능력 아니겠습니까.
여옥 씨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그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혈압을 단박에 최고조로 상승시킬 수 있는지 그쪽 방면으로 훤하게 꿰뚫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이른바 성감대 아니 '노감대'(怒感帶) 혹은 '소감대'(笑感帶)를 갖고 놀 줄 아는 천부적인 테크니션 내지는 엑스퍼트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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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여옥 의원 홈페이지 대문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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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부족합니까?'란 제목부터 한번 보세요. 절묘합니다. 닿을듯 말듯 눈길을 언뜻 스치기만 해도 속에서 뭔지 모를 멀미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게 만드는 솜씨. 보통 사람들의 성정 갖고서는 이런 제목 절대 못 잡아 냅니다. 말 한 마디, 글 한 줄을 써도 어떻게든 상대의 내장과 비위를 꼬이고 뒤틀리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극악한 마음 아니면 캐취해내기 힘들지요.
본문은 더 기가 막힙니다. 경기가 안좋아도 "대통령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좀 기다려 봐야지" 하고 말했다는 자신의 지역구민(영등포) 몇몇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이명박 OUT'을 부르짖은 촛불집회를 은근슬쩍 깍아내리는 센스하며, 또 그 분들이 입에 자주 올렸다는 "정선희씨가 너무 불쌍해요" "인터넷이 사람잡은 것 아니냐"는 말을 빌미삼아 안재환 씨의 자살과 정선희 씨에 대한 악플을 자연스레 연관지어 인터넷통제 쪽으로 이슈를 끌고가는 수법하며, 상대를 열받게 만드는 비대칭과 뻥튀기의 미학은 실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그 가운데 이런 말이 있더군요. 중요한 대목같아 잠깐 옮겨 보겠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정선희씨에 대한 그 엄청난 비난- 안재환씨까지 싸잡아 쏟아부은 그 잔혹하기 이를데 없는 악플들-- 악플 때문에 안재환씨가 자살을 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사회는 그 버거운 삶에 힘들어하는 두 젊은이들에게 등을 토닥이며 '기운내세요' 하기 보다는 너무도 잔인한 '악플'로 그들의 등에 채찍을 휘두른 셈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문장은 "악플 때문에 안재환씨가 자살을 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 뜻은 굳이 설명 안해도 아시겠지요? 말 그대로 악플과 안재환 씨의 자살 사이에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겁니다. 여옥 씨도 우리처럼 이런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천하의 여옥 씨는 이것을 이런 식으로 우려 먹더군요. "악플 때문에 안재환씨가 자살을 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악플 때문에 안재환 씨가 자살을 했다. 그러니 악플을 단속해야 한다"는 식으로.
놀랍죠? 아니 웃기죠? 웃기다 못해 어안이 벙벙하죠? 이게 바로 여옥 씨만이 구사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절대뻔뻔 초절무식 묻지마논리'라는 거 아닙니까. 믿기지 않으시면 직접 찾아 읽어 보세요. '아직도 부족합니까?'란 글을 다 읽고 나면 아마 자신도 모르게 전 의원을 향해 '아직도 부족합니까?'라고 대뜸 반문하고 싶어지실 겁니다. 그게 바로 여옥 씨의 특기지요. 자판기처럼, 글을 읽자마자 곧바로 욕설과 비웃음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이게 다가 아닙니다. 여옥 씨는 글 말미에서 또다시 엄청난 반전을 준비합니다. 몇 구절을 마저 읽어 보시지요.
"이제 네티즌들은 얼굴을 드러내야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것이면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애꿎은 인터넷이 욕을 먹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인터넷에서 '악플러'에 대한 제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악플러'와 근거없는 사실을 유포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해서도 엄격히 다스려야 합니다..."
기억하시나요? 앞서 여옥 씨가 제 입으로 몸소 "악플 때문에 안재환씨가 자살을 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라고 말했던 거. 그게 무슨 말인지 아시죠? 악플과 안재환 씨의 자살 사이에 아무 연관도 없고, 악플을 안재환 씨의 자살 근거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아무 연관도, 근거도 없는 네티즌 악플을 계속 언급하면서 마치 그것 때문에 안재환 씨가 자살한 것처럼 주장하는 여옥 씨의 말은 뭐가 되는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바로 "근거없는 사실을 유포하는 사이버범죄"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옥 씨 왈, "악플러와 근거없는 사실을 유포하는 사이버범죄는 엄격히 다스려야" 한답니다! 밑줄 쫙! 돼지꼬리 땡땡!
아아, 캐감동 크리...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제 한 몸 아낌없이 내던지는 고귀한 희생정신을 보세요. 눈물 콧물이 빗발치지 않습니까. 정말이지 세상 천지에 이런 사람 없을 겁니다. 말 한 마디, 글 한 구절에서 자기를 불태워 가없는 비웃음을 창조하는 사람이 여옥 씨 말고 어디에 있겠습니까.
글을 맺기 전에 정색하고 여옥 씨에게 한 말씀 ;
할 말이 많지만, 지면 관계상 길게는 못 쓰고 다만 이것 하나만은 꼭 지적해 주고 싶네요. 아무리 촛불이 밉더라도 연예인의 죽음까지 이용하는 비루한 짓은 제발 하지 마십시오. 안재환 씨의 와이프인 정선희 씨가 생각없이 내던진 촛불폄하 발언 때문에 욕을 먹었기로서니 서너달도 더 지나서 벌어진 안재환 씨의 비극을 어떻게 그것 하나로 수렴할 생각을 다 하십니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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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한별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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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탓'을 따지기 시작하면, 여옥 씨의 주군인 이명박 대통령도 온전하지는 못할 겁니다. 요즘 사채없자 얘기가 많이 나오던데, 지난 해 대부업법의 개정논의가 이루어질 당시 여야 대선후보 12명 기운데 오직 이명박 후보만이 이자상한선 49%가 적정하다고 주장해서 파문이 일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진정으로 정선희 씨를 동정한다면, 새삼 그때의 기억을 들춰내 고통을 가중시키는 짓은 더이상 하지 마세요. 정선희 씨의 상처를 헤집어 소금을 뿌리자는 것이 아니라면 말에요. 한때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조차 정선희 씨의 불행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위로와 연민의 댓글을 다는 판에 이런 글을 써서 상호 간의 적의와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짓은 아니잖습니까? 아니 그래요?
말이 조금 험해서 기분이 상하셨다면, 한가위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간적으로 미워서 그런 건 아니니까. 맛깔난 음식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참 값싸고 맛있다는 미국산 쇠고기도 많이 드시고요. MB충성~!
문한별/편집위원
출처 :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89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