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인상깊은 구절
- 훈련에 따라 화가는 실제보다 훨씬 실감 있는 대상을 그려낼수도 있다.
훌륭한 화가는 자신이 그려야 할 대상에다 어떻게 생명력을 불어넣을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하는 사람인 것이다.
- 마티스는 말했다 '내가 초록색을 칠한다고 해서 풀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파란색을 칠한다 해서 하늘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
기억속에 뚜렷이 인각된 형상은 실물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기억은 실물을 덮어버린다.
- 배우지 않고도 신묘한 경지에 들었다.
- 서양의 먼셀 표색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공력이 아닌가. 그가 만든 오십가지 쪽빛을 죽 펼쳐서 이어놓는 다고 상상해보라.
비유를 허용한다면, 그 쪽빛의 스펙트럼은 청산리 벽계수에서 비갠 날의 가을 하늘, 흐린 날의 만경창파, 갓 시집 온 새 아저씨의 옥반지.
- 미술사학자인 혜곡 최순우가 생전에 그에게 들려준 말씀을 적어놓은 글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예술이란 하루 아침의 얄팍한 착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재치가 예술일 수는 더욱 없는것이다.
참으로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것만을 생각하고 그것만을 위해서 한눈 팔 수 없는 외로운 길을 심신을 불사르듯 살아가는
그 자세야말로 정말 귀한 예술의 터전이 된다.
- 판교는 거듭 주장한다. "하늘을 번쩍 들고 땅을 짊어질 만한 글, 번개가 내리꽂히고 천둥이 치는 듯한 글씨, 신령도 꾸짖고
귀신도 욕할 만한 이야기, 예전에 없었던, 그리고 지금도 흔히 볼수 없는 그림... 이런 것들은 눈구멍이 밝다고 해서 나오는게 아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반드시 하나의 격을 세워야 가능한 일이다.
다 그리고 나서 저절이 격이 남는 일은 결코 없는 법이다."
즉 세상의 모든 예술은 그 예술을 낳을 만한 뜻부터 먼저 새겨야 한다고 판교는 생각했다.
- 천하에 둘도 없는 창작품을 남기고 싶은가, 작가들이여. 그러면 이치를 깨닫도록 노력하라. 그 이치에 기반한 자신의 뜻을
세워라. 그리하여 자신이 끝까지 정진해야 할 것은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바로 나만의 육성을 갈고 닦는 일이다.
1998년 초판 발행 이래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전문가들로부터 90년대를 대표하는 책 100선으로 꼽힌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개정판이다. 그동안 다각도로 변모한 동시대 미술을 살펴 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와 다양한 도판을 추가하여 재구성하였다. 짤막한 각 글에는 작가들의 덜 알려진 과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 동서양 작가들의 빗나간 욕망과 넘치는 열정,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에 숨겨진 암호, 흥미진진한 미술시장 뒷담화, 푸근한 우리네 그림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회를 여는 장 뒤비페의 원래 직업이 포도주장수였다는 사실, 브란쿠시의 <공간 속의 새>란 청동 조각이 미국 공항 입국 당시 공산품 법에 걸려 엄청 세금을 물었던 일화, 전장에서 자식을 잃은 콜비츠의 애린 모정이 담긴 목판화이야기, 솔거가 유년시절 담벼락에 그렸던 소나무 가지가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고 했다는 일, 독일작가 아르망이 자동차의 야만성을 고발하며 자동차를 금세기의 바벨탑으로 만들어버린 사건, 다비드가 그린 자신의 대관식 장면을 마음대로 고쳐버린 나폴레옹 황제의 무소불위의 권력, 세계에서 파란색에 대한 색감을 가장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한민족 이야기, 모델을 살 돈이 없어 자화상을 그렸던 반 고흐의 불우한 인생, 대중문화의 총아로 분한 순수미술의 역사 등 흥미진진한 미술동네 이야기가 가득하다.
저 : 손철주
유명한 미술 평론가이다. 신문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로 오랫동안 국내외 미술 현장을 취재했다. 신문사 문화부장과 취재본부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학고재’ 주간 및 미술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꽃피는 삶에 홀리다』『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가 있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1998년 초판 발행 이래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으며, 전문가들로부터 90년대를 대표하는 책 100선으로 뽑히기도 했다. 작가들의 덜 알려진 과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 동서양 작가들의 빗나간 욕망과 넘치는 열정,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에 숨겨진 암호, 흥미진진한 미술시장 뒷담화, 푸근한 우리네 그림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미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초판 서문 _ 읽기 전에 읽어두기
1부 작가 이야기
눈 없는 최북과 귀 없는 반 고흐 │경성의 가을을 울린 첫사랑의 각혈 │괴팍한 에로티시즘은 독감을 낳는다 │브란쿠시의 군살을 뺀 다이어트 │그림 안팎이 온통 술이다 │담벼락에 이는 솔가지 바람 │벡진스키와 드모초프스키의 입술과 이빨 │대중스타 마티유의 얄미운 인기 관리 │손가락 끝에 남은 여인의 체취 │여든 살에 양배추 속을 본 엘리옹 │대가는 흉내를 겁내지 않는다 │'풍' 심한 시대의 리얼리스트, 왕충 │꿈을 버린 쿠르베의 '반쪽 진실' │말하지도, 듣지도 않는 미술 │백남준의 베팅이 세계를 눌렀다 │서부의 붓잡이 잭슨 폴록의 영웅본색 │우정 잃은 의 눈물 │살라고 낳았는데 죽으러 가는구나 │남자들의 유곽으로 변한 전시장 │다시 찾은 마음의 고향 │반풍수를 비웃은 달리의 쇼, 쇼, 쇼 │재스퍼 존스 퍼즐게임을 즐기다 │잔혹한 미술계의 레드 데블스 │붓을 버린 화가들의 별난 잔치 │손금쟁이, 포도주장수가 화가로
2부 작품 이야기
이런 건 나도 그리겠소 │장지문에서 나온 국적 불명의 맹견 │현대판 읍참마속, 발 묶인 자동차 │세상...개정판에 부쳐
초판 서문 _ 읽기 전에 읽어두기
1부 작가 이야기
눈 없는 최북과 귀 없는 반 고흐 │경성의 가을을 울린 첫사랑의 각혈 │괴팍한 에로티시즘은 독감을 낳는다 │브란쿠시의 군살을 뺀 다이어트 │그림 안팎이 온통 술이다 │담벼락에 이는 솔가지 바람 │벡진스키와 드모초프스키의 입술과 이빨 │대중스타 마티유의 얄미운 인기 관리 │손가락 끝에 남은 여인의 체취 │여든 살에 양배추 속을 본 엘리옹 │대가는 흉내를 겁내지 않는다 │'풍' 심한 시대의 리얼리스트, 왕충 │꿈을 버린 쿠르베의 '반쪽 진실' │말하지도, 듣지도 않는 미술 │백남준의 베팅이 세계를 눌렀다 │서부의 붓잡이 잭슨 폴록의 영웅본색 │우정 잃은 <몽유도원도>의 눈물 │살라고 낳았는데 죽으러 가는구나 │남자들의 유곽으로 변한 전시장 │다시 찾은 마음의 고향 │반풍수를 비웃은 달리의 쇼, 쇼, 쇼 │재스퍼 존스 퍼즐게임을 즐기다 │잔혹한 미술계의 레드 데블스 │붓을 버린 화가들의 별난 잔치 │손금쟁이, 포도주장수가 화가로
2부 작품 이야기
이런 건 나도 그리겠소 │장지문에서 나온 국적 불명의 맹견 │현대판 읍참마속, 발 묶인 자동차 │세상 다 산 듯한 천재의 그림 │<무제>는 '무죄'인가 │귀신 그리기가 쉬운 일 아니다 │그리지 말고 이제 씁시다 │신경안정제냐 바늘방석이냐 │보고 싶고, 갖고 싶고, 만지고 싶고 │정오의 모란과 나는 새 │제 마음을 빚어내는 조각 │평론가를 놀라게 한 알몸 │죽었다 깨도 볼 수 없는 이미지 │바람과 습기를 포착한 작가의 눈 │천재의 붓끝을 망친 오만한 황제 │양귀비의 치통을 욕하지 마라 │그림 가까이서 보기 │봄바람은 난초도 사람도 뒤집는다
3부 더 나은 우리 것 이야기
대륙미 뺨친 한반도 미인 │허리를 감도는 조선의 선미 │색깔에 담긴 정서Ⅰ―마음의 색 │색깔에 담긴 정서Ⅱ―토박이 색농군 │전통제와장의 시름 │귀족들의 신분 과시용 초상화 │희고, 검고, 마르고, 축축하고 │붓글씨에 홀딱 빠진 외국인
4부 미술동네 이야기
프리다 칼로와 마돈나 │대중문화의 통정Ⅰ―주는 정 받는 정 │대중문화의 통정Ⅱ―베낌과 따옴 │미술 선심, 아낌없이 주련다 │아흔 번이나 포즈 취한 모델 │인상파의 일본 연가 │일요화가의 물감 냄새 │그림값, 어떻게 매겨지는가 │진품을 알아야 가짜도 안다 │뗐다 붙였다 한 남성 │비싸니 반만 잘라 파시오 │미술을 입힌 사람들 │국적과 국빈의 차이 │귀향하지 않은 마에스트로, 피카소 │망나니 쿤스의 같잖은 이유
5부 감상 이야기
내 안목으로 고르는 것이 걸작 │공산품 딱지 붙은 청동 조각 │내가 좋아하면 남도 좋다 │사랑하면 보게 되는가 │자라든 솥뚜껑이든 놀랐다 │남의 다리를 긁은 전문가들 │그림 평론도 내림버릇인가 │반은 버리고 반은 취하라 │유행과 역사를 대하는 시각 │인기라는 이름의 미약 │미술 이념의 초고속 질주 │붓이 아니라 말로 그린다 │쓰리기통에 버려진 진실 │물감으로 빚은 인간의 진실
6부 그리고 겨우 남은 이야기
권력자의 얼굴 그리기 │청와대 훈수와 작가의 시위 │대통령의 붓글씨 겨루기 │명화의 임자는 따로 있다 │<모나리자>와 김일성 │어이없는 미술보안법 │검열 피한 원숭이의 추상화 │엑스포의 치욕과 영광 │마음을 움직인 양로원 벽화 │산새 소리가 뜻이 있어 아름다운가
반 고흐의 풍경화는 오렌지색과 자주색, 불타는 진노란색과 아찔한 녹색으로 사람의 넋을 흔든다. 그는 밀레의 더럽고 비천한 농부 그림을 본받으면서 “예쁜 초상화나 세련된 풍경화는 내 것이 아니니 거칠더라도 영혼이 있는 인생을 그리겠다”라고 했다. 최북은 담홍색과 청색 그리고 짙고 옅은 먹색의 꾸밈없는 붓놀림을 즐겼다. 농 삼아 부른 별호가 ‘최메추리’일 만큼 그는 중국산 꿩보다 토종 메추리 그리기를 좋아했다. 또 “중국과 조선이 다른데도 조선인은 중국의 산수만 좋아한다. 조선인이라면 조선의 산수를 그려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북의 그림은 조선 땅 어느 화가 못지않게 허허로웠고 발가벗도록 솔직했다. 자잘한 세상의 법도나 일체의 구속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산수를 그려달라고 청한 사람이 어찌 물은 없고 산만 그려주느냐고 대들자 최북은 “종이 바깥은 모두 물이다”라고 했다.--- p.19 「눈 없는 최북과 귀 없는 반 고흐」에서
북풍한설이 아니라 만물이 소생하는 봄바람에 난이 뒤집힌다? 봄바람은 희망을 속삭이지만 다른 한편 인간을 꼬드긴다. 봄바람에 놀아난 남녀가 어디 한둘인가. 심약한 자에게 춘풍은 난봉의 유혹이다. 선비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꼬드김을 당한다. 초심을 잃은 선비는 추락하거나 뒤집힌다. 난처럼 고매한 기품도 봄바람 한번 잘못 쐬면 망신살 뻗친다. 이것이 삐딱이 화가 이방응이 전해주는 기막힌 봄소식 아니겠는가.--- p.160 「봄바람은 난초도 사람도 뒤집는다」에서
‘글로 표현할 수 없고 그림으로도 그릴 수 없는’ 지경에 똬리를 틀고 앉은 쪽색은 어쩌면 까마득한 것이 아니라 까무룩한 것인지도 모른다. 쪽색을 다른 말로 표현하기는 참말이지 힘들다. 천하의 문인 두 사람이 쩔쩔맨 명명을, 그 색을 세상에 내놓은 주인공조차 까마득하다고 말한 쪽색의 정체를, 우리가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어 감당하겠는가. 이 대목에서 정직하게 털어놓자. 쪽색은 모든 수식을 도로에 그치게 만드는 야멸친 운명을 지닌다.--- p.176 「색깔에 담긴 마음―토박이 색농군」에서
미술이 건네준 먹기 좋은 떡을 누구보다 빨리 덥석 문 쪽은 광고였다. 이를테면 의 이미지는 얼마나 오랫동안 여성성 또는 모성의 전형으로 대중 속에 자리 잡았는가. 그 저항할 수 없는 지순한 미소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호리고자 하는 광고의 맵시 좋은 자원이 되기도 했다. ……수세기에 걸쳐 수립해온 미술의 전략과 신통하게 맞아떨어지는 게 바로 그런 것들 아닌가. 티치아노와 고야, 그리고 앵그르의 걸작 누드가 스타킹과 코르셋과 침대 광고용 이미지로 봉사하고 있는 지금, 미술은 말한다. “아낌없이 주련다.”--- p.211 「미술 선심, 아낌없이 주련다」에서
자신에 대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은 ‘성찰’이다. 성찰을 배제한 자기표현은 남을 속이기에 앞서 자신을 속이는 짓이다. 참회 없는 자서전은 변명에 불과하고, 정직하지 못한 자화상은 과시에 머문다. 그리하여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화상을 평가하는 잣대는 정직성이다.
정직한 자화상은 겉받침과 안받침이 상통한다. 겉에 드러난 얼굴과 안에 있는 정신이 서로 어울려야 한다. ‘겉볼안’이고, ‘그 얼굴에 그 정신’이란 얘기다.--- p.297 「물감으로 빚은 인간의 진실」에서
서양 미술을 훤히 꿰뚫는 미술동네 최고의 스테디셀러
말없는 그림의 입을 떼라!
그림읽기의 공식을 만들어낸, 미술동네 최고의 스테디셀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1998년 초판 발행 이래,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독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전문가들로부터 90년대를 대표하는 책 100선으로 꼽혔다. 이 책에서 손철주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한마디는 그림읽기의 기본공식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또한 미술 외에도 인문,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인용되며 배움의 기본 지침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자와 전문가들 모두에게 최고의 미술교양서로 꼽히는 것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손철주는, 좀처럼 말이 없는 그림의 입을 뗀다. 또한 그림 앞에서 당황하거나 무심히 지나쳤을 독자들을 그림 앞으로 바짝 끌어다 앉혀 사귐으로 이끈다. 그림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는 방법은 저자의 말처럼 간단하다. 바로 감상자의 발품과 노력만 있으면 된다. 작가나 작품, 작품이 탄생한 시대에 대한 배경을 알게 될수록 감상의 스펙트럼은 넓어지며, 종내에는 나름의 감상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러나 꼭 체계적 미술사나 심도한 미술원리에 대한 지식을 겸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이 책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미술과 사귀고 싶은 대중의 소박한 눈높이에 맞췄다는 점이다.
2007년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초판이 발행된 지 꼭 십 년이 되는 해다. 하여 그동안 다각도로 변모한 동시대 미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와 다양한 도판을 추가하여 재구성한 개정판을 출간하게 됐다. 예전에도 그러했듯 부담 없이 읽고 미술에 대한 관심의 진폭을 확장시킬 수 있고, 가볍게 미술관 순례를 떠나 그림의 속 깊은 의미를 알고 그림과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젠체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낸, 동서양 미술이야기
호쾌한 입담으로 풀어낸 짤막한 각 글에는 작가들의 덜 알려진 과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 동서양 작가들의 빗나간 욕망과 넘치는 열정,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에 숨겨진 암호, 흥미진진한 미술시장 뒷담화, 푸근한 우리네 그림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회를 여는 장 뒤비페의 원래 직업이 포도주장수였다는 사실, 브란쿠시의 란 청동 조각이 미국 공항 입국...서양 미술을 훤히 꿰뚫는 미술동네 최고의 스테디셀러
말없는 그림의 입을 떼라!
그림읽기의 공식을 만들어낸, 미술동네 최고의 스테디셀러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1998년 초판 발행 이래, 미술교양서 최고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독자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전문가들로부터 90년대를 대표하는 책 100선으로 꼽혔다. 이 책에서 손철주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한마디는 그림읽기의 기본공식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또한 미술 외에도 인문,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인용되며 배움의 기본 지침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자와 전문가들 모두에게 최고의 미술교양서로 꼽히는 것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손철주는, 좀처럼 말이 없는 그림의 입을 뗀다. 또한 그림 앞에서 당황하거나 무심히 지나쳤을 독자들을 그림 앞으로 바짝 끌어다 앉혀 사귐으로 이끈다. 그림을 제대로 보고 이해하는 방법은 저자의 말처럼 간단하다. 바로 감상자의 발품과 노력만 있으면 된다. 작가나 작품, 작품이 탄생한 시대에 대한 배경을 알게 될수록 감상의 스펙트럼은 넓어지며, 종내에는 나름의 감상법을 터득하게 된다. 그러나 꼭 체계적 미술사나 심도한 미술원리에 대한 지식을 겸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이 책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미술과 사귀고 싶은 대중의 소박한 눈높이에 맞췄다는 점이다.
2007년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의 초판이 발행된 지 꼭 십 년이 되는 해다. 하여 그동안 다각도로 변모한 동시대 미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와 다양한 도판을 추가하여 재구성한 개정판을 출간하게 됐다. 예전에도 그러했듯 부담 없이 읽고 미술에 대한 관심의 진폭을 확장시킬 수 있고, 가볍게 미술관 순례를 떠나 그림의 속 깊은 의미를 알고 그림과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젠체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낸, 동서양 미술이야기
호쾌한 입담으로 풀어낸 짤막한 각 글에는 작가들의 덜 알려진 과거에서 끄집어낸 이야기, 동서양 작가들의 빗나간 욕망과 넘치는 열정,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에 숨겨진 암호, 흥미진진한 미술시장 뒷담화, 푸근한 우리네 그림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회를 여는 장 뒤비페의 원래 직업이 포도주장수였다는 사실, 브란쿠시의 <공간 속의 새>란 청동 조각이 미국 공항 입국 당시 공산품 법에 걸려 엄청 세금을 물었던 일화, 전장에서 자식을 잃은 콜비츠의 애린 모정이 담긴 목판화이야기, 솔거가 유년시절 담벼락에 그렸던 소나무 가지가 새들이 날아와 앉으려고 했다는 일, 독일작가 아르망이 자동차의 야만성을 고발하며 자동차를 금세기의 바벨탑으로 만들어버린 사건, 다비드가 그린 자신의 대관식 장면을 마음대로 고쳐버린 나폴레옹 황제의 무소불위의 권력, 세계에서 파란색에 대한 색감을 가장 예민하게 포착해내는 한민족 이야기, 모델을 살 돈이 없어 자화상을 그렸던 반 고흐의 불우한 인생, 대중문화의 총아로 분한 순수미술의 역사 등 갖가지 독자들의 눈을 틔울 흥미진진한 미술동네 이야기가 가득하다.
손철주는 책의 서두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미리 밝히건대, 나는 미술을 데리고 노는 데 혼이 팔렸던 사람이다. 놀기를 즐기는 사람한테 배우고 익히는 걸 얻으려 하는 것을 두고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한다. 그러니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심도한 미술서적과 좀처럼 읽히지 않는 작품 앞에서 잔뜩 주눅 들었던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 반색할 소리다. 손철주는 젠체하지 않고, 복잡한 도식이나 서사가 아닌 미술동네의 변방에서 중심까지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주목한다. 이는 거대 옹성처럼 보여 막연했던 미술의 틈새로 진입할 수 있는 지름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손철주가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속뜻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닌 “그림 사랑하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었을까. 사랑하는 만큼 보이며 그 후에는 맘껏 즐기라는 저자의 훈수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 푸짐하게 차려낸 미술의 정찬을 맛보며, 미술을 데리고 한번 놀아보자.
오늘날 미술의 세상은 참으로 넓고 아득하기만 하다. 이 책은 그 망망한 곳으로 가다 당혹에 휩싸인 사람에게 반가운 길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그 길은 앞서 간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고즈넉하고 편안한 오솔길이다. 미술을 흔히 난해하고 골치 아픈 기밀문서 대하듯이 하는 사람들은 이 편한 오솔길을 걸으며 그동안의 궁금증을 확 풀기 바란다. 덤으로 이 책은 독자에게 세계의 미술 수장고는 물론, 동서양 명장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작업 공간과 비밀한 창작의 뒷이야기들까지 살짝살짝 훔쳐보는 쾌감을 안겨준다. 감춰진 창작 공간의 뒷이야기들까지 정겹고 친근하게 들려주는 가이드와 함께 가뿐한 보폭으로 떠나는 미술 탐사 ― 처음부터 끝까지 황홀이다.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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