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소리 나는 진짜 글 하나 쓰고 싶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글은 글 자신의 논리가 있고 법칙이 있을진대, 그 글 자체의 결을 따라 세상 끝까지 뚜벅뚜벅 걸어가 보고 싶었다.
어떤 글이 진짜 글일까? 남의 것에 빌붙지 않아야 한다. 남의 생각을 비판하지 말고, 남의 의견에 주석 달지도 말고, 남의 아이디어를 가공하지도 말고, 남의 나라 것을 번역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의 자궁에서 싹이 튼, 내 배 아파서 낳아낸, 내 안의 글이 진짜다. 남이 세워둔 줄 뒤에 가서 서지 말아야 한다. 비판하든, 평가하든, 계승하든 남의 아이디어로 시작하면 이미 거기에 종속된 것이다.
그런 글이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재미를 파는 소설이 아닐 것이고, 영감을 파는 시도 아닐 것이고, 안목을 파는 평론도 아닐 것이다. 직업을 위한 전문서도, 흥미를 위한 대중서도 아닐 것이다.
학술서도 교양서도 아니고, 개인의 일기도 집단의 경전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 모두에 해당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진짜배기 글 하나 툭 던져놓고 어찌 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 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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