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노빠

비어 있는 걸 채울 생각을 하자

이카로스의 날개 2010. 8. 13. 02:25

 

비어 있는 걸 채울 생각을 하자
(서프라이즈 / 불산매 / 2010-08-12)


이명박이 아무리 안하무인으로 정치를 하더라도 그는 품에 안길 곳이 있다.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노태우처럼 이명박은 절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이미 간교할 대로 간교한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력 지지층으로부터 철저하게 비호받고 있다. 그것을 이제 인정해야 한다. 너무나 간교해서 그 간교함이 이젠 상식이 되어 버린 공동체에 우린 살고 있음을, 이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

해방 이후 DJ가 국민들에게 인정받기까지 어떤 인생을 살아야 했는지 그리고 노공이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는 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의 간교함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이명박 정권을 욕한다 한들 그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까?

도움을 주긴커녕 이명박 정권을 욕하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바로 이명박을 살아있는 권력으로 만들어 가는 악마의 순환임을 깨닫는 이가 대체 있기나 하는 걸까?

이 악마의 순환이 계속될 때, 정치분야에서는 늘 시대의 희생양을 요구했다. 이 희생양이 된 자가 죽지 않고 살아남았을 때, 비로소 이 악마의 순환이 멈추고 정상적인 순환으로 돌아서게 되었음을 깨닫는 이가 있기나 한 걸까?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이 여기에 놓여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정동영이나 손학규나 정세균이나 인간적으로 그리 나쁜 인간들이 아니다. 그들은 나쁜 인간이 아니라 단지 희생과 헌신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평범한 인간이 정치 지도자가 된다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없다. 이 평범한 인간들이 분에 넘치는 지분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꼬일 대로 꼬이고 진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큰 지도자란 그리 간단하게 탄생하는 게 아니다.

이명박처럼, 그리고 김태호처럼, 눈치와 시류 속에서 신적인 경지로 이리저리 재면서 적당히 기득권들의 지지를 얻고 크는 인간들이 있다. 이런 인간들이 대부분의 우리들 모습이다. 그래서 무섭다. 무서운 이유는 이런 욕망을 평생 일관성 있게 절제할 수 있는 내면을 가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에, 맨땅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오로지 자기희생과 헌신을 통해서 국민들에 의해 떠오르는 지도자다. 이런 사람들은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평생 욕망을 절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기존 권력층들이 부러워 할만한 탁월한 능력도 겸비해야 하고, 절대로 변치 말아야 할 신의도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인물들이 기득권이 제일 싫어하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지 못하게끔 수많은 공작과 방해를 한다. 이것을 이겨낸 사람이 단 두 사람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이 둘의 근본은 바로 자기희생과 헌신이었다. 끊임없이 비우는 과정에서 역으로 채워지는 사건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들.

이미 이 두 가지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아무도 모르는 이유는 이명박의 간교함이 어느 정도로 야비한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류의 간교함의 근원은 바로 욕망에 있기에 그 종말도 얼마 안 가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바로 부동산의 몰락과 국제경제에서의 왕따…. 이번 가을이 지나면서 이명박은 스스로 자신의 권력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질 공산이 크다.

이때 끊임없이 자기를 비웠던 사람이, 국민들에 의해 채워지는 지도자가 나타날까?

최소한 국민들 보기에 매번 힘없이 당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한 번도 굽힘을 당한 적 없는 인물이 분명 있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정치 지도자를 만들어야 한다.

속 좁게 민주당 대표를 뽑는데 시간적 낭비를 하지 말고 바로 우리의 지도자를 세우는데 더 골몰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불산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191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