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이야기

곽노현 “무상급식 예산낭비일까요?” 학부모께 편지

이카로스의 날개 2010. 12. 25. 00:31

 

 

곽노현 “무상급식 예산낭비일까요?” 학부모께 편지
“아동과 학교복지는 최대한 보편적 복지여야” 강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친환경 무상급식과 교육격차 해소, 상담․봉사 활동 등 학교 정책과 관련해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편지를 학부모들에게 띄웠다.

곽 교육감은 23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에서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교육 복지권리이다”며 “아동복지와 학교복지는 최대한 보편적복지여야 한다. 저소득층아이만을 대상으로 삼는 선별적 복지는 시혜적 성격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선별적 복지는 수혜자를 대상화하고 낙인을 찍기 쉽다. 어린나이에 상처와 눈치 보기를 하게 한다”며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는 밥 한 그릇 만큼은 차별적이고 시혜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로 가야한다는 것이 시민적 합의”라고 설명했다.

곽 교육감은 이어 “친환경무상급식이 정녕 예산의 낭비일까요?”라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친환경무상급식으로 인해 단 한 푼도 밖으로 새거나 낭비되는 돈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의 135만 학생들에 이어 전국 800만 학생들이 모두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받아 무상급식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며 “저농약과 무농약, 유기농 재배를 하는 과정에서 전국 농촌이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재배된 친환경농산물을 각 학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활기찬 유통혁명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고 경제적 재순환의 측면을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친환경무상급식은 훌륭한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며 “친환경무상급식은 거대한 농토혁명, 생태혁명에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이어 교육격차 해소 문제와 관련해 “교육격차를 바로잡기 위한 기준으로 ‘학교별 중식지원비율’을 참고로 하고 있다”며 “서울에는 중식지원 비율이 72%인 학교도 있고, 0.3%인 학교도 있다. 얼마나 놀라운 격차인가”라고 현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세상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장소는 오직 ‘학교’와 ‘교육’뿐”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또 “서울교육은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방안으로 ‘문학․예술․체육․수련․상담․봉사’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며 “각 계의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재능 기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박범신 소설가, 공지영 소설가, 안숙선 명창, 김덕수 명인, 양준혁 전 프로야구 선수, 이금희 아나운서, 김제동 방송인 등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이 서울시 학생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했다”며 “교육재능 기부의 첫걸음으로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학교 현장을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작업실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저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깊은 신뢰를 지니고 있다”며 “오래 참고 믿음을 주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자유를 높이고, 때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점점 자아실현을 성취해 나갈 것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는 사랑”이라고 자신의 교육철학을 밝혔다.

라디오21-코리아포커스 이광길/기자
출처 : http://j.mp/hIACgy

다음은 곽노현 교육감이 학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학부모님께 드리는 글


학부모님 안녕하십니까

2010년 한 해가 지고 있습니다. 숱한 아쉬움이 가는 해를 붙잡습니다.
할 일은 산더미 같은 데 화살처럼 빠른 세월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젠 지난해를 내려놓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금년은 교육개혁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한 해였습니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저는 어떻게 하면 학부모님들의 사랑과 관심을 서울교육 속에 제도화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학생 중심의 사고를 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교실에서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밤잠을 설쳤습니다.

서울교육행정의 부패비리를 청산하는 길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짜내기도 했습니다. 교육청의 각종 정책 수립과 점검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이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학교 현장에서 본격적이고 실질적인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계획과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 • • 친환경 무상급식
요즘 우리사회의 최대 화두는 ‘복지’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는 큰 밑그림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차별적이고, 선별적인 복지에서 보편복지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인수당과 영유아 건강검진 등에 이은 친환경무상급식은 이런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복지정책입니다.

부자 아이는 없습니다. 가난한 아이도 없습니다. 부모가 부자거나 가난할 뿐 아이들은 누구나 가능성의 부자입니다.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교육 복지권리입니다. 아동복지와 학교복지는 최대한 보편적복지여야 합니다. 저소득층아이만을 대상으로 삼는 선별적 복지는 시혜적 성격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선별적 복지는 수혜자를 대상화하고 낙인을 찍기 쉽습니다. 어린나이에 상처와 눈치 보기를 하게하지요. 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먹이는 밥 한 그릇 만큼은 차별적이고 시혜적 복지를 넘어 보편적 복지로 가야한다는 것이 시민적 합의입니다.

아이들 먹거리 때문에 늘 신경을 쓰시는 학부모님,
친환경무상급식이 정녕 예산의 낭비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친환경무상급식으로 인해 단 한 푼도 밖으로 새거나 낭비되는 돈은 없습니다. 오히려 작은 솔씨 하나가 무성한 소나무 숲을 만드는 것처럼 서울교육청의 친환경무상급식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선순환 시키고, 환경을 개선하고, 아동 건강을 증진시키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의 135만 학생들에 이어 전국 800만 학생들이 모두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받아 무상급식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저농약과 무농약, 유기농 재배를 하는 과정에서 전국 농촌이 활기를 띠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재배된 친환경농산물을 각 학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활기찬 유통혁명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얼굴 있는 급식', ‘인격 있는 급식’, ‘책임지는 급식’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전통식품과 제철의 싱싱한 푸성귀와 과일을 이용하고, 저염, 저당, 저지방의 건강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을 비만과 아토피, 성인병으로부터 보호를 받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친환경 먹거리 혜택만 누리게 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먹는 쌀과 배추, 당근, 감자, 고구마가 어느 곳에서 누가 재배했는지 알게 됩니다. 아이들은 주말이나 여름방학을 이용해 재배 농가를 찾아 농촌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농부들은 도시의 학교를 찾아 교정과 옥상의 텃밭을 학생들과 함께 일구게 될 것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훌륭한 경제적, 사회적 효과를 수반하게 되는 것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거대한 농토혁명, 생태혁명에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될 것입니다.

일부에서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학교 교육활동을 위한 예산과 급식시설 예산을 줄인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서울시에서는 ‘좋은 학교 만들기 지원’과 ‘저소득층 자녀학비 지원’, ‘학교급식 기구 확충 및 시설예산’ 등의 예산을 전액 혹은 부분 삭감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학교 만들기 지원’ 사업비는 오히려 97억원 증액된 435억원, ‘저소득층 자녀학비 지원’은 190억원 증액된 743억원, ‘학교급식 기구확충 및 시설예산’은 2억원 늘린 541억원을 편성했습니다. 내년도 학교의 운영비 역시 학교당 3천만 원이 증액되었습니다. 단지 이름이 바뀌었을 뿐 오히려 증액을 한 예산 항목들이 빠졌다고 강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듯 친환경 무상급식의 목표는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입니다.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바로 학부모님의 마음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의 마음으로 끈기 있게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화를 향해 나아갈 생각입니다.

• • • 교육격차 해소
급식에서의 차별을 없애는 무상급식과 더불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격차를 해소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각 가정의 소득격차가 학생들의 학력격차로 이어짐은 물론이고, 학교 간 격차로 인해 교육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열악한 지역의 학교는 교육 시설이나 교육사업 투자에서도 소외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교육격차를 바로잡기 위한 기준으로 '학교별 중식지원비율'을 참고로 하고 있습니다. 중식지원비율이 높은 열악한 지역의 학교에 각종 학교 교육활동 사업비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집단의 경제적인 위상을 드러내는 지표로 중식지원비율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에는 중식지원 비율이 72%인 학교도 있고, 0.3%인 학교도 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격차입니까?

세상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는 장소는 오직 '학교'와 '교육'뿐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안정적이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 • • 문학․예술․체육․수련 교육 및 상담․봉사 활동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 되었습니다. 자랑스럽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회원국 중 읽기 1∼2위, 수학 1∼2위, 과학 2∼4위라는 최상위권 학업성취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읽기 영역의 '흥미와 즐거움 지수'가 중간 수준이고, '자기학습관리능력'은 65개국 중 58위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보고서의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끌려 다니면서 억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자녀교육에 노심초사 하시는 학부모님!
비료만 잔뜩 주고 햇볕과 물을 주지 않는 나무는 시들어 버리고 맙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그간 우리 교육은 지나칠 정도로 주입식 경쟁교육에 치중해 왔습니다. 입시중심 교육으로 학생들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파김치가 되도록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입시공부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런 실정에서 서울학생의 52%가 신체허약이고, 16%의 학생들이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미래사회에 중요한 것이 '창의성'과 '인성'이라고 말하면서도 단순 암기식 경쟁교육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려 하면서도 먼저 그들의 마음을 깨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 서울 학생들을 깨우려 합니다. 그들의 잠자는 감수성과 활기를 먼저 깨우겠습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당장에 필요한 것이 학업이라 생각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존감의 회복입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좁은 책상에 가두어 놓으니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잊고 있습니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학교 밖으로 일탈하려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되찾는 일입니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서울교육은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방안으로 『문학․예술․체육․수련․상담․봉사』 교육을 강화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의 인적․물적 문․예․체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활용하고자 합니다.

우리 교육청은 우선 서울시에 있는 5관, 즉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관, 체육․수련관 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위한 연계체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계의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재능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벌써 각계의 전문가 250명이 흔쾌하게 교육재능을 기부하셨습니다.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박범신 소설가, 공지영 소설가, 안숙선 명창, 김덕수 명인, 양준혁 전 프로야구 선수, 이금희 아나운서, 김제동 방송인 등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수 있는 유명 인사들이 서울시 학생들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셨습니다. 지난 16일에는 이들 기부자들과 함께 재능 기부 선포식과 함께 '문화·예술·체육·수련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교육재능 기부의 첫걸음으로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학교 현장을 방문해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작업실을 공개했습니다.

앞으로도 교육재능 기부자들은 학교로 찾아가기도 하고 때론 학생들을 그 분들의 일터로 초대하여 체험활동을 풍요롭게 해 줄 것입니다. 학생들은 문학과 예술을 통해 감수성과 마음의 탄력을 키우고, 체육과 수련활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활발한 상담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마음속의 그늘을 걷어내고,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움과 고통을 이해하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질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앞으로 학교의 문․예․체․수련․상담․봉사 활성화를 위해 가지고 계신 좋은 재능과 시간을 기부해 주신다면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 • • 선생님들에게 격려와 위로를
아이들은 사랑하는 만큼 깊어지고, 믿는 만큼 자랍니다. 어른들의 사랑을 느끼면서 아이들은 감수성을 키우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커가고, 어른들의 믿음을 대하면서 학생들은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해 갑니다. 물론 그 사랑과 믿음이 왜곡된 것이 아닐 때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서울의 선생님들은 매를 내려놓았습니다. 학생들의 책임과 자율을 깨우고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게는 아직 책임과 자율이 익숙하지 않아 학교 현장에서는 선생님에게 해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앓고 계십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선생님의 권위가 붕괴되면 세상의 모든 권위가 무너집니다. 부모의 권위 또한 함께 허물어집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보이는 모습은 학교와 가정이 함께 만든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 바른 믿음과 사랑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으로 그리고 자녀에 대한 바른 사랑으로 선생님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선생님의 마음에 힘을 주시는 일이 여러분들의 아이를 위하는 길입니다.

• • •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
저와 학부모님은 똑같은 염원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자율과 책임을 실천하는 올곧고 실력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일입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에 대해 깊은 신뢰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래 참고 믿음을 주다보면 아이가 스스로 깨닫고, 자유를 높이고, 때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점점 자아실현을 성취해 나갈 것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는 사랑입니다.

존경하는 학부모님,
올 한해 아름다운 마무리 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가정에 기쁨과 사랑이 가득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23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