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국민참여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노무현재단 이사장),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이백만 전 국정홍보처 차장(국민참여당 최고위원), 김영대 전 의원(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시민주권 홍보기획위원장) 정재성 변호사(봉하재단 이사), 장하진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기숙 전 홍보수석(이화여대 교수),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백만송이 국민의명령’ 집행위원장),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시민주권 공동대표), 김형주 전 의원(시민주권 사무총장).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서초구 서울시검찰청 앞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명단이다. 검찰청 앞 1인 시위 발도장을 찍지 않으면 이제 전직 참모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올 판이다.
앞으로 대기하고 있는 인사들도 줄줄이 서있다. 시민주권, 노무현재단, 국민참여당, 민주당,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공작 분쇄 공동대책위’(공대위), 백만송이 국민의명령 등 소속은 달라도 조현호 경찰청장 구속 수사 1인 시위에 “거적 깔고 눕겠다”는 결의로 뛰어들고 있다. 회원들에 전국의 지지자들까지 가세하면 서초구 검찰청 앞이 노무현 지지자들의 성지순례가 될 판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등골이 오싹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점심시간이나 출퇴근 시간, 정문을 오가며 1인 시위를 벌이는 참모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노 전 대통령과는 “이쯤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검사와의 대화’라는 전국민 생중계 TV토론까지도 벌인 사이 아닌가.

검찰은 최근 한명숙 총리 사건과 관련해서도 ‘과도한 옭아매기’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9억원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결정적인 증인인 건설업자 한모씨가 “제보자의 겁박에 허위진술을 했다”고 진술을 완전 번복해 발칵 뒤집혔다.
20일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한 진술 대가로 증인의 처벌을 감면해주는 일명 ‘플리바게닝’(수사협조차 처벌감면)을 의심할 만한 검찰의 신문 내용이 공판 중에 나왔다. 검찰이 ‘객관적 증거’라고 제시한 증거장부조차도 신빙성이 의심받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시점에 건설업체의 비슷한 돈이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간 정황도 나왔다. 한신건영 부도 뒤 채권자들과 회사 일부 임원들의 다툼에 검찰이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과도한 옭아매기를 하다 검찰이 자책골을 넣었다는 질책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문재인 이어 나도 거적 깔고 눕겠다” ‘끝장시위’ 결의 노무현 참모들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함께 조현오 청장의 조속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와 대국민 성명, 공판 트위터 생중계, 1일 시민기자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15일 이재정 대표를 시작으로 당원들과 함께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한 국민참여당은 온라인을 통해 참가자 접수를 계속해서 받고 있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가 15일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생애 처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선 문재인 이사장은 20일 “조 청장을 조속히 소환조사하지 않으면 거적을 깔고 눕기라도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이사장은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터무니없는 발언으로 능멸하고,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해서 유족들이 형사고소를 했는데 검찰은 넉 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설사 예우는 관두더라도 일반 고소사건과 똑같이 처리하더라도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문 이사장은 “87년 6월항쟁 때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길거리에서 연좌농성하던 생각이 난다”며 “역사가 이렇게 발전하기 어려운 것인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21일 3번째 주자로 나선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참여정부 초기, 검찰 개혁을 추진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젊은 검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던 것을 기억하는가?”라며 “그때 대통령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대들던 젊은 검사들, 대통령 앞에서도 할 말을 다하던 그 패기 넘치던 ‘소신 검사’들은 다 어디 갔는가, 뭐하고 자빠져 있나?”라고 호통을 쳤다.
검찰 출입기자 경력이 있는 윤 전 수석은 “그런 내가 노 대통령에 관한 가슴 아픈 사건으로 1인시위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라며 비통함을 표한 뒤 “더 이상 검찰의 직무유기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은 22일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나왔다“며 ”이번 시위가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다면 검찰이 조현오 청장을 소환할 때까지 계속 나오겠다”고 ‘끝장 시위’ 결의를 밝혔다. 장 전 장관은 검찰이 조속히 소환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이사장에 이어 나도 거적 깔고 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기숙 전 수석도 22일 생애 첫 1인 시위에 나섰다. 조 교수는 “마침 노란색 옷이 봄 점퍼밖에 없었지만, 일부러 얇은 옷을 택했다”며 “좀 추운데서 고생해야 덜 죄송스럽지요. 오늘은 너무 따뜻해 대통령님께 죄송했어요”라고 말했다.
최민희 전 부위원장은 “주군의 명예가 더럽혀지면 장수가 목숨을 건다”며 “조현오의 그 더러운 망언 동영상이 공영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유포되었다. 그만큼 우리 대통령님의 명예가 더럽혀졌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최 전 부위원장은 이어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훼손 사건과 관련해 “조현오가 자기 입지를 다지려고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는데도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분명 뒤에서 웃고 있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다”며 “현대판 부관참시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맹성토했다.
그는 “그런 것을 사실상 조장하고 방치하는 현 대통령과 검찰이 과연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며 “지금의 1인 시위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저항이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정의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23일 1인 시위에 나선 이치범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님 생각만 하면 이 정도 추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검찰의 직무유기에 대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마침 1인 시위를 하기로 했다고 해서 자원했다”고 말했다.
24일에는 시민주권의 황인성 전 수석과 김형주 전 의원이 1인 시위를 벌였다. 영하 13도의 말 그대로 살을 에는 날씨였지만 소식을 전해 듣고 현장을 방문한 시민들과 지지자들의 응원에 두 사람은 더욱 결의를 불태웠다. 참여정부 인사들과 지지자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2011년 새해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