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책

궁궐 장식 :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

이카로스의 날개 2011. 10. 11. 00:15

 

 

 

 

 



궁궐 장식  :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

저 : 허균 ㅣ 출판사 : 돌베개 ㅣ 발행일 : 2011년 06월13일 ㅣ 239쪽 ㅣ 182x257(B5)  

 

 

시화일체...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소리 없는 시'

 


 

궁궐 장식, 그 아름다운 상징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눈앞의 형상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뜻도 같이 봐야 한다는 말이다. [궁궐 장식]을 출간하게 된 배경도 바로 조선 궁궐에 담긴 상징이며 조형물의 숨은 뜻 찾기에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허균 선생은 수십 년간 한국의 회화 · 건축 · 공예 · 불교미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징적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한국인의 사고체계와 미의식을 살피는 일에 힘써왔다. 이 책은 궁궐의 여러 가지 장식의 조형적 특징과 기능에 국한된 설명을 넘어서, 그것에 담겨 있는 문화적 의미까지 짚어낼 수 있는 상징에 대한 해석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해 준다. 책을 일독하고 나서, 애인과 친구 또는 가족들과 궁궐 나들이 한번 해보는게 어떨까? 연인과의 사랑은 깊어지고, 부모님에게는 믿음직한 아들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궁궐 장식, 그 아름다운 상징세계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문화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눈앞의 형상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정신과 뜻도 같이 봐야 한다는 말이다. [궁궐 장식]을 출간하게 된 배경도 바로 조선 궁궐에 담긴 상징이며 조형물의 숨은 뜻 찾기에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허균 선생은 수십 년간 한국의 회화 · 건축 · 공예 · 불교미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징적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한국인의 사고체계와 미의식을 살피는 일에 힘써왔다. 이 책은 궁궐의 여러 가지 장식의 조형적 특징과 기능에 국한된 설명을 넘어서, 그것에 담겨 있는 문화적 의미까지 짚어낼 수 있는 상징에 대한 해석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해 준다. 책을 일독하고 나서, 애인과 친구 또는 가족들과 궁궐 나들이 한번 해보는게 어떨까? 연인과의 사랑은 깊어지고, 부모님에게는 믿음직한 아들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전통 장식의 보고(寶庫), 궁궐을 다시 보다
궁궐은 조선왕조의 전통문화와 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은 왕과 신하들이 조회하는 현실정치의 중심이기도 했으며, 왕과 왕비를 포함해 궁중 나인들이 거처했던 생활공간이기도 했다. 궁궐이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으로 인해, 궁궐의 장식물과 조형물들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되어 있으며 그 상징적 의미 또한 풍부하다. 정치의 중심답게 왕조의 정치적 이상을 재현하고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장식과 설치물을 배치했다. 한편 생활공간으로서 벽사진경의 인간적 소망과 상상력을 담은 장식과, 궁궐을 운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장식물을 궁궐 구석구석에 두었다. 궁궐의 공간적 성격에 따라 배치된 장식들은 조선의 정치적 이상이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바랐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허균의 [궁궐 장식,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는 궁궐의 여러 가지 장식의 조형적 특징과 기능에 국한된 설명을 넘어서, 그것에 담겨 있는 문화적 의미까지를 짚어낼 수 있는 상징에 대한 해석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유교정치의 이상과 옛사람들의 미의식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창조된 궁궐의 다양한 신수상ㆍ문양ㆍ건축 장식 등의 상징 의미를 쉽고 친절하게 해석해주고 있다. 해치ㆍ봉황ㆍ서초ㆍ황룡ㆍ사자 등의 형상으로 재현된 장식들과 더불어, 당가ㆍ등널ㆍ곡병ㆍ일월오봉병ㆍ향로 등 궁궐 설치물들의 상징적ㆍ문화적 연원을 살펴보고 그 아름답고 장엄한 세계에 새롭게 접근한다.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재현하고 상징하고 있는 조각상ㆍ그림ㆍ문양ㆍ건축물 등을 통해 이 땅에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 경천애민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경건한 염원과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궁궐 정전의 장엄부터 정원 한쪽에 놓여 있는 괴석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궁궐 장식을 통해 전통문화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유교 정치문화의 심미적 재현과 그 상징 의미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궁궐(경복궁ㆍ경희궁ㆍ덕수궁ㆍ창경궁ㆍ창덕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궁궐 장식에 담긴 ‘상징’의 의미를 궁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식의 기호적 수준의 의미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재한 상징 의미의 층위를 해석함으로써 궁궐 장식이 조선왕조의 유교 정치문화를 심미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우리가 궁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궁궐 장식의 심원한 상징세계에도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궁궐은 거대한 유교적 상징세계로서 계획되고 지어졌다. 봉황이나 용처럼 잘 알려진 동물상부터 사신상과 십이지신상 같은 동양의 우주관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파악할 수 있는 상징물까지 그 유형과 종류는 여러 가지다. 궁궐에 있는 십이지신상을 보고 우주의 시간론에 대한 옛사람들의 관념을 떠올릴 수 없는 건, 상징에 대한 인식과 경험 체계를 공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십이지신상을 통해 지상에 구현한 우주 모형은 그저 단순한 동물상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궁궐 장식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상징’이라는 관점을 통하지 않을 수 없다. 상징 해석은 장식의 기능적ㆍ미학적 이해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종교적 심성 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은이는 지금 이 시대에 궁궐 장식 상징물의 의미 내용을 읽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아주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집필의 변을 밝힌다.

“넓게는 선조들의 정신세계와 욕망의 내면을 살피고, 좁게는 제작 동기나 목적 등을 파악한 후 직관과 상상력을 동원하면 어느 정도 상징의 진실에 육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식이 알고 있는 사실이나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면, 안목은 이를 종합ㆍ분석ㆍ해석하는 능력이다. 궁궐 상징물에 대한 참된 이해는 이러한 안목을 필요로 한다.” (/ p.6)

 

한국인의 사고체계와 미의식을 궁리하다
지은이는 수십 년간 한국의 회화ㆍ건축ㆍ공예ㆍ불교미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상징적 요소들을 찾아내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한국인의 사고체계와 미의식을 살피는 일에 힘써왔다. 그러한 연구의 성과를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십이지의 문화사]를 비롯하여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뜻으로 풀어 본 우리의 옛 그림],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한국의 누와 정] 등의 책으로 펴냈다. 이번에 출간하는 [궁궐 장식,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연구ㆍ집필되었다. 동아시아 유교문화의 가치가 새롭게 인식되고 있는 이때, 유교 정치문화의 정수인 궁궐 장식의 상징세계를 살피고 이에 공감하는 일은 문화사적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 이 책은 궁궐 장식에 담긴 상징 의미를 읽어내어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바로 이해하고, 문화재를 보는 안목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컬러 도판과 충실하고 상세한 인덱스
이 책에서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독자의 책읽기의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한 부분이다. 이제껏 사람들이 제대로 보지 못했던 궁궐의 장식물과 조형물들을 현장감 있는 200여 컷의 컬러 도판으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것은 물론 여기에 적확한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독자들을 궁궐 구석구석으로 안내한다. 내용과 밀착되어 있는 도판을 통해 독자들은 궁궐을 직접 살피며 답사하는 듯한 독서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궁궐 장식 관련 용어나 고전 문헌에 대해서는 본문 옆에 설명을 따로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그리고 궁궐에 어떤 궁궐 장식물이 있는지 한눈에 찾아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책 말미의 부록에 각 궁궐별로 도판을 재배치하여 도판 인덱스 기능을 첨부하였다. 충실하고 상세한 ‘찾아보기’를 통해서도 본문에 설명된 궁궐과 장식들을 쉽게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본문의 구성]

1장. 유교정치의 이상과 상서의 징표
1장에서는 유교정치의 이상과 관련된 상상의 동식물을 형상화한 궁궐 장식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들은 주로 궁궐 정문과 정전, 정전 계단 등 권위 있는 공간에 장식되었다.
흔히 해태로 알려진 해치는 궁궐 밖에 있을 때는 길상ㆍ벽사의 기능 이외의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지은이는 광화문 해치상의 정체를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면서 이 해치상에 뿔이 없다는 근거로 해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그리고 고전에서 전하는 해치의 능력을 고증하면서 법과 정의의 화신으로서의 의미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경복궁 광화문 앞에 해치를 배치한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조선왕조의 정치철학과 이상으로 논의를 진전시킨다.
봉황은 태평성대의 실현에 대한 상서의 표상을 의미한다. 봉황의 출현은 성군의 탄생과 태평성대를 의미하기 때문에, 봉황 장식은 용과 함께 궁궐 장엄의 최고 지위를 누리게 되었다. 궁궐 정전인 경복궁 근정전ㆍ창덕궁 인정전ㆍ창경궁 명정전 계단 답도(踏道)에 봉황이 새겨진 것이나, 인정전과 명정전의 천장 중심에 봉황이 장식돼 있어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서초(瑞草)는 정전 월대(月臺)의 층계 챌판(층계의 수직면)마다 새겨진 넝쿨 문양을 말한다. 태평성대를 실현했다고 하는 중국 요임금의 전설과 관련이 있는 문양으로서, 경복궁 근정전ㆍ창경궁 명정전ㆍ창덕궁 인정전ㆍ경희궁 숭정전 등의 어칸 계단에서 볼 수 있다. 상서와 태평성대를 희구하는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

 

2장. 왕의 위엄과 권위
2장에서는 당가(唐家), 등널과 곡병, 천장 중앙의 황룡, 일월오봉병을 통해 왕의 위엄과 권위를 장식과 설치물에 구현하려 했던 양상을 살핀다. 정전을 장엄하는 대표적인 장식들로 위엄과 권위를 나타낸다.
왕이 앉는 어좌는 정전 안에서 가장 격이 높은 곳에 설치하는 당가에 놓여 있다. 모든 궁궐 장식은 당가의 어좌에 앉은 임금의 권위와 성덕을 우러르고 칭송하는 데 집중되어 있고, 당가를 중심으로 분화ㆍ확산된다.
어좌 배후에서 왕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장식이 등널과 곡병이다. 어좌의 등받이 기능을 하는 부분이 등널이고, 등널 뒤에서 어좌를 에워싸고 있는 세 폭 병풍 모양의 장식이 곡병이다. 등널과 곡병에는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서일상운문(瑞日祥雲紋), 용문(龍紋), 모란꽃 문양이 장식되었다. 특히 덕수궁 중화전의 곡병 정상부는 일반적인 곡병의 경우와 달리 서일상운문 자리를 정면을 바라보는 상룡(祥龍)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곳이 덕수궁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세계의 중심과 지고의 위치에서 군림하는 지존을 상징하는 용은 궁궐 장엄의 중심에 있다. 경복궁 근정전 천장 중앙의 황룡은 조선 궁궐 장식미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차지한 위치부터 막중한 상징성을 띠고 있다. 근정전을 둘러싸고 있는 동서남북의 사신상을 잇는 선이 직교하는 근정전의 중심에 자리 잡음으로써, 동서남북의 방위가 황룡을 중심으로 설정된 방위 개념에 종속된다. 또한 천장을 한 단계 더 높인 부당가 속에 장식되기 때문에 정전 실내 공간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자리하게 된다. 황룡은 사방의 중심이면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는 상징성을 획득한다.

어좌 뒤편에 펼쳐져 있는 일월오봉병은 해와 달, 다섯 봉우리의 산, 파도 치는 바다, 흘러내리는 폭포, 짙푸른 적송을 소재로 좌우대칭의 구도를 기본으로 하는 매우 형식적인 그림이다. 여기에는 옛사람들의 우주관과 음양 사상, 천명 사상과 길상 관념이 농도 짙게 응축되어 있다.

 

3장. 국가 의식과 경천애민의 자취
국가 의식에서 쓰인 예기 향로와 하늘의 운행과 변화를 주시하고 바람의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설치한 관천대와 풍기대를 소개한다.
유교사회에서 분향 절차 없이 제사를 올리거나 의식을 거행하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천명으로써 백성을 다스리는 왕에게 향을 피우는 행위는 하늘과 교감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현재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중화전 월대에 향로가 남아 있다. 향로에 새겨진 문양은 기룡, 복련, 팔괘, 수파 등 주로 길상ㆍ벽사의 의미를 띤 것이다.
관천대와 풍기대는 하늘의 운행과 바람의 향방을 살펴 역수를 밝히고 절기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하늘의 뜻을 지상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천인합일 사상의 상징물이었다. 창경궁 관천대ㆍ관상감 관천대, 경복궁 풍기대ㆍ창경궁 풍기대가 남아 있다.

 

4장. 지상에 구현된 우주
동양의 우주론이 궁궐의 장식물을 통해 구현되고 있는 상징적 양상을 고찰한다.
근정전 월대의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은 우주의 시공간적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미술사를 통해 보면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은 주로 왕릉이나 불탑, 부도와 같은 죽음과 관련된 건축물에 나타난다. 이 경우의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은 방위신이나 수호신의 역할을 한다. 군신이 함께 국가 의례를 거행하는 현실 정치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사신상과 십이지신상을 배치한 사례는 경복궁 근정전이 유일하다. 근정전 월대의 사신상, 즉 청룡(동쪽)ㆍ주작(남쪽)ㆍ백호(서쪽)ㆍ현무(북쪽)는 우주의 공간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고, 십이지신상은 십이지가 지니는 시간 지표에 의해 우주의 시간 개념을 형상화한 것이 된다.
원형과 방형은 하늘과 땅의 모형을 상징한다. [주역]에서 유래한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부터 퇴계 이황이 수정한 천명도설 〈천명신도〉에서 이러한 관념을 찾을 수 있다.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 지내는 사직단을 방형으로 만들고, 하늘에 제사 지내던 원구단을 원형으로 지은 것도 천원지방의 원리에 근거한다.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와 애련지, 경복궁 향원지를 방형의 호안과 원형의 섬으로 만든 것도 같은 경우이다. 경복궁 경회루 누 아래의 기둥을 바깥쪽은 방형으로, 안쪽은 원형으로 만든 것은 내원외방(內圓外方)의 원리를 적용한 셈인데 이 역시 천원지방과 같은 원리이다.
우주 자연의 존재 구조와 작용을 일정한 체계로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가 태극론이고, 그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양이 태극 도형이다. 궁궐 도처에 장식된 태극 문양은 천도(天道)를 드러내는 상징 도형이라는 점에서 궁궐 장식 문양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5장. 벽사진경의 기원을 담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여러 신수상과 기물, 지붕 장식은 건축물을 장엄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사기(邪氣)로부터 궁궐을 보호하는 벽사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정전 진입로의 신수상은 과정적 공간에 놓여 있는 벽사상으로서, 금천교(禁川橋) 주변에 자리한 신수상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은이는 이덕무의 [청장관전서] 「이목구심서」와 유득공의 [영재집] 「춘성유기」를 논거로, 경복궁 영제교에 있는 신수의 정체가 천록(天祿)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한편 지금까지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경복궁ㆍ창덕궁ㆍ창경궁ㆍ덕수궁 월대 계단의 신수상은 문헌 고증을 통해 비휴일 가능성을 타진한다. 근정전 월대 모서리의 새끼 딸린 쌍사자는 유득공의 위의 글 때문에 석견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은이는 중국 북경 노구교 난간의 석사자상과의 조형적 유사성을 들어 길상ㆍ벽사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사자상일 걸로 판단한다.
궁궐에서 화재를 막기 위해 물을 담아 놓는다고 알려진 솥 모양의 용기인 드무에 대해서는 그 실용적 기능보다는 방화와 길상의 상징 기물로서의 의의를 밝힌다. 지붕 위를 장식하는 물상으로는 잡상(雜像)과 척수(脊獸)가 다루어지고 있다. 궁궐 추녀마루에 도열해 있는 잡상은 [서유기]의 등장인물과 땅의 신들을 독특하게 조형한 것으로, 전각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척수는 전각 지붕 용마루 끝에 설치한 치미(?尾)ㆍ취두(鷲頭)ㆍ용문(龍吻) 등속의 동물 형상의 기와를 가리킨다. 용머리나 독수리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용마루 양단 기와의 흘러내림을 방지하고 빗물이 새들지 않게 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지만,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부여하고 전각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6장. 생활의 멋과 운치
이 장에서는 궁궐을 선계(仙界)로 꾸며진 공간으로, 한국인의 소박하고 순정한 미의식을 표현한 공간으로 바라본다.
경복궁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경회루는 연지와 그 안에 있는 세 개의 섬과의 관련성 속에서 정체가 뚜렷해진다. 연지에 있는 세 개의 인공 섬은 도교에서 전하는 삼신산 또는 삼신선도를 재현해 놓은 것으로, 이 중 가장 큰 섬에 경회루가 세워져 있다. 그러므로 경회루는 궁궐 안에 조성된 선계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이곳을 거니는 왕과 신하들은 지인(至人)이 되고 신선이 되는 정서적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정원의 경물로서 궁궐 안에 놓여진 괴석과 괴석분, 석련지(石蓮池) 등은 생활공간을 산수화(山水化)하고 풍류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구나 문장을 종이나 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놓은 주련(柱聯)은 ‘시로 그린 그림’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정서적 분위기를 고무시켜 건물의 격을 높인다. 아름답기로 이름 높은 창덕궁의 연경당ㆍ낙선재ㆍ한정당과 후원의 정자에서 다채로운 면면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각 건물에 걸려 있는 주련 시구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서도 해석하고 있어 선인들의 문학적 취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담장과 벽면 장식은 생활공간을 아름답고 뜻 깊은 공간으로 조성한다. 대비전 담장 등 개방된 곳에서부터, 왕세자가 독서하고 휴식하는 곳이나 궁중 나인들이 드나드는 뒤뜰의 은밀한 곳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은 데가 없다. 경복궁 자경전 화초담은 그 문양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문자 문양을 통해 인간적 소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왕비의 침전인 창덕궁 대조전 후원 담장의 문자 문양에는 궁궐의 격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 ‘男’(남)자 문양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다남ㆍ득남의 소망(〔大造〕)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어 궁중 여인들의 간절한 욕망을 짐작케 한다.
굴뚝 장식은 전각 후원의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밝고 정겨운 공간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한다. 십장생과 박쥐ㆍ학ㆍ불가사리ㆍ귀면 등 각종 길상ㆍ벽사 문양, 壽(수)ㆍ富(부)ㆍ康(강)ㆍ寧(녕) 등 행복을 염원하는 문자 문양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무탈하게 살고자 하는 기원을 담고 있다.


전통 장식의 보고(寶庫), 궁궐을 다시 보다
궁궐은 조선왕조의 전통문화와 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은 왕과 신하들이 조회하는 현실정치의 중심이기도 했으며, 왕과 왕비를 포함해 궁중 나인들이 거처했던 생활공간이기도 했다. 궁궐이 지니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으로 인해, 궁궐의 장식물과 조형물들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되어 있으며 그 상징적 의미 또한 풍부하다. 정치의 중심답게 왕조의 정치적 이상을 재현하고 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장식과 설치물을 배치했다. 한편 생활공간으로서 벽사진경의 인간적 소망과 상상력을 담은 장식과, 궁궐을 운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장식물을 궁궐 구석구석에 두었다. 궁궐의 공간적 성격에 따라 배치된 장식들은 조선의 정치적 이상이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바랐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허균의 [궁궐 장식,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상징하다]는 궁궐의 여러 가지 장식의 조형적 특징과 기능에 국한된 설명을 넘어서, 그것에 담겨 있는 문화적 의미까지를 짚어낼 수 있는 상징에 대한 해석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유교정치의 이상과 옛사람들의 미의식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창조된 궁궐의 다양한 신수상ㆍ문양ㆍ건축 장식 등의 상징 의미를 쉽고 친절하게 해석해주고 있다. 해치ㆍ봉황ㆍ서초ㆍ황룡ㆍ사자 등의 형상으로 재현된 장식들과 더불어, 당가ㆍ등널ㆍ곡병ㆍ일월오봉병ㆍ향로 등 궁궐 설치물들의 상징적ㆍ문화적 연원을 살펴보고 그 아름답고 장엄한 세계에 새롭게 접근한다.
조선왕조의 이상과 위엄을 재현하고 상징하고 있는 조각상ㆍ그림ㆍ문양ㆍ건축물 등을 통해 이 땅에 왕도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 경천애민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경건한 염원과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궁궐 정전의 장엄부터 정원 한쪽에 놓여 있는 괴석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궁궐 장식을 통해 전통문화의 심오한 정신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유교 정치문화의 심미적 재현과 그 상징 의미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궁궐(경복궁ㆍ경희궁ㆍ덕수궁ㆍ창경궁ㆍ창덕궁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궁궐 장식에 담긴 ‘상징’의 의미를 궁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식의 기호적 수준의 의미를 따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재한 상징 의미의 층위를 해석함으로써 궁궐 장식이 조선왕조의 유교 정치문화를 심미적으로 재현하고 있는 양상을 보여준다. 우리가 궁궐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쉽사리 파악되지 않는 궁궐 장식의 심원한 상징세계에도 또 다른 원인이 있다.


궁궐은 거대한 유교적 상징세계로서 계획되고 지어졌다. 봉황이나 용처럼 잘 알려진 동물상부터 사신상과 십이지신상 같은 동양의 우주관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파악할 수 있는 상징물까지 그 유형과 종류는 여러 가지다. 궁궐에 있는 십이지신상을 보고 우주의 시간론에 대한 옛사람들의 관념을 떠올릴 수 없는 건, 상징에 대한 인식과 경험 체계를 공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십이지신상을 통해 지상에 구현한 우주 모형은 그저 단순한 동물상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따라서 궁궐 장식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상징’이라는 관점을 통하지 않을 수 없다. 상징 해석은 장식의 기능적ㆍ미학적 이해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종교적 심성 등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

 

  책머리에
궁궐 장식의 사징세계 속으로

1 유교정치의 이상과 상서의 징표
해치 - 법과 정의의 화신
봉황 - 하늘이 내린 상서
서초 - 궁궐 계단에 새겨진 상서로운 풀

2 왕의 위엄과 권위
당가 - 궁궐의 중심, 최고의 권위
등널과 곡병 - 어좌 배후에 장식된 위엄과 권위의 상징
천장 중앙의 황룡 - 세계의 중심, 지고의 위치에서 군림하는 지존
일월오봉병 - 우주관의 반영과 왕조의 무궁한 발전의 기원

3 국가 의식과 경천애민의 자취
향로 - 국가 의식의 처음과 마지막
관천대와 풍기대 - 하늘을 관찰하고 바람을 읽다

4 지상에 구현된 우주
근정전 월대의 사신상와 십이지신상 - 우주 모형의 구현
원형과 방형 - 하늘과 땅의 모형
태극 - 우주의 생성과 조화의 원리

5 벽사진경의 기원을 담다
정전 진입로의 신수상 - 벽사의 기원이 만든 상상의 동물
근정전 월대 모서리의 새끼 딸린 쌍사자 - 길상과 벽사의 동물상
드무 - 방화와 길상의 상징 기물
잡상 - 전각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주는 물상
척수 - 용마루를 장식하는 동물 형상의 기와
왕과 왕비 처소의 신수상 - 경호와 의장의 이중 역할

6 생활의 멋과 운치
경회루 - 궁궐 안에 조성된 세계
정원의 경물 - 생활공간을 풍류의 공간으로
담장과 벽면 장식 - 한국인의 순정한 미의식
굴뚝 장식 - 후원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다
궁실 장식화 - 선경으로 꾸민 편전과 침전
주련 - 시로 그린 그림
편액 장식과 실내 상식 -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미의 세계

궁궐별 궁궐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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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 장식의 사징세계 속으로

1 유교정치의 이상과 상서의 징표
해치 - 법과 정의의 화신
봉황 - 하늘이 내린 상서
서초 - 궁궐 계단에 새겨진 상서로운 풀

2 왕의 위엄과 권위
당가 - 궁궐의 중심, 최고의 권위
등널과 곡병 - 어좌 배후에 장식된 위엄과 권위의 상징
천장 중앙의 황룡 - 세계의 중심, 지고의 위치에서 군림하는 지존
일월오봉병 - 우주관의 반영과 왕조의 무궁한 발전의 기원

3 국가 의식과 경천애민의 자취
향로 - 국가 의식의 처음과 마지막
관천대와 풍기대 - 하늘을 관찰하고 바람을 읽다

 

...

  해치
광화문 좌우의 높은 대 위에 앉아 전방을 응시하는 해치의 늠름한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만약 이곳에 해치상이 없었다면 광화문의 위용은 물론 경복궁 전체의 권위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궁궐 내에서 볼 수 있는 동물상들은 주로 상서와 길상 또는 벽사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광화문 해치처럼 궁궐 밖에 있는 해치상은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치의 권위 있는 자태 뒤에는 법과 정의에 따라 광명정대한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조선왕조의 정치철학과 요순의 정치를 이 땅에 펼치려 했던 조선 임금의 원대한 이상이 숨어 있다.
(/ p.13)

정전 천장의 봉황 - 하늘이 내일 산서
정전 천장 중앙의 봉황은 궁궐 봉항 장식의 구심점이 된다. 정전은 왕이 공식적인 행사를 주재하는 곳이다. 이곳 천장에 봉황이 날고 있다는 것은 봉황의 상서가 왕과 함께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진리의 본원을 궁구하여 어질고 밝은 정치를 실현하려 했던 조선 임금의 덕성과 지위를 인정하는 하늘의 상서인 셈이다.
(/ p.24)

창덕궁 승화루 · 낙선재 · 상량전 · 대조전 담장 장식
승화루와 낙선재, 상량정, 대조전 주변 담장에도 장식이 풍부하다. 사대부 집이나 민가 담장에서 보기 드문 아름답고 화려한 문양들이다. 승화루 서쪽 담장에는 솟을만자문, 낙선재 동쪽 담장의 귀갑문 등의 기하 문양이 벽체를 덮고 있다. 한편 낙선재 후원 화계 위쪽 담장에는 원얼금과 회문으로 구성된 문양이 이방연속으로 전개되어 있다. 모두 벽사와 상서를 의미하는 문양들로, 소성전으로 짜 맞추어졌다.
(/ p.166)
해치
광화문 좌우의 높은 대 위에 앉아 전방을 응시하는 해치의 늠름한 자태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만약 이곳에 해치상이 없었다면 광화문의 위용은 물론 경복궁 전체의 권위가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궁궐 내에서 볼 수 있는 동물상들은 주로 상서와 길상 또는 벽사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광화문 해치처럼 궁궐 밖에 있는 해치상은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해치의 권위 있는 자태 뒤에는 법과 정의에 따라 광명정대한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조선왕조의 정치철학과 요순의 정치를 이 땅에 펼치려 했던 조선 임금의 원대한 이상이 숨어 있다.
(/ p.13)

정전 천장의 봉황 - 하늘이 내일 산서
정전 천장 중앙의 봉황은 궁궐 봉항 장식의 구심점이 된다. 정전은 왕이 공식적인 행사를 주재하는 곳이다. 이곳 천장에 봉황이 날고 있다는 것은 봉황의 상서가 왕과 함께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진리의 본원을 궁구하여 어질고 밝은 정치를 실현하려 했던 조선 임금의 덕성과 지위를 인정하는 하늘의 상서인 셈이다.
(/ p.24)

창덕궁 승화루 · 낙선재 · 상량전 · 대조전 담장 장식
승화루와 낙선재, 상량정, 대조전 주변 담장에도 장식이 풍부하다. ...

 

 

허균 [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하였다. 한국성미술연구회 부회장, 우리문화연구원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전문위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편수연구원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한국민예미술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회화, 건축, 공예, 불교미술 분야에서 한국인의 미의식을 연구하는 한편, 그 배후에 자리잡고 있는 의미와 상징성을 살피는 일에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고궁산책], [전통문양], [뜻으로 풀어본 우리의 옛그림], [사찰 장식-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 [허균의 우리 민화 읽기], [선인들이 남겨 놓은 삶의 흔적들-한국인의 미의식], [사찰 100美 100選] 등이 있다.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는 Donald L. Baker의 영역으로 Gardens of Korea-Harmony with Intellect and Nature로 출간되었다. 논문으로는 [한국인의 미의식과 그 표현의 특질], [민화에 나타난 서민정서], [조선후기 민화의 유행 배경과 향유실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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