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책

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

이카로스의 날개 2015. 5. 13. 22:10

 

 

 

내가 좋아하는 이승수 선생님의 저서를 읽게 되어 기쁨이 넘친다..

 

 

옥같은 너를 어이 묻으랴

태학산문선 104 | 이승수 (엮은이) | 태학사 | 2001-05-02 | 반양장본 | 317| 188*128mm (B6) | 317g | ISBN : 9788976266590

 

인상 깊은 문구

 

-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    - 니체

 

- ... 학연과 혈연과 지연은 그래서 생긴 것이고, 텃세는 그 울타리 안을 지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동종번식은 늘 열성인자를 배태할 수밖에 없다.

 

- 너는 비록 이제 편해졌지만, 내가 죽으면 누가 울어줄 것이냐? 컴컴한 흙구덩이에 차마 어찌 옥 같은 너를 묻으랴.

 

- 슬픔이 아니면 슬픔을 달래주지 못한다.

 

- 이승과 저승은 사이가 없으니 나의 슬픔을 알 것이오.

 

- 절름발이를 이왕이면 한 다리가 길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던 일화를 남겼다.

 

- 삶은 생래적으로 죽음의 그림자이고, 죽음이 준 상처이고, 결국은 죽음이다.

삶에는 필연적으로 누적되어 전해진, 죽음이 가한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고 거두어지지 않는 그림자가 있다.

모든 존재는 사라지며, 그래서 허무하다.

 

... 그러니 삶은 죽음이고, 죽음은 그리움이고, 그리움은 아름다움이며, 아름다움은 다시 삶인 셈이다.

 

- 죽음은 준비하는 자에게는 두렵지 않다. 삶의 연속일 뿐이다.

 

- 글에 어찌 정해진 법식이 있으랴!

 

- 죽음으로 극에 달했네.

 

- 과거는 늘 현재 속에 살아있고...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해 쓰여진 제문, 묘지명·묘비명 중에서 43편의 글을 모았다. 작가는 고려 중기의 이규보(李奎報)에서부터 조선조 말 이건창(李健昌)에 이르기까지 모두 35명이다. 그 가운데 박지원(朴趾源)과 정약용(丁若鏞)의 글이 세 편씩이고, 상진, 김창협(金昌協김창흡(金昌翕홍세태(洪世泰)의 글이 각각 두 편이다. 개별 작가는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만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다.

 

수록된 글은 죽은 자의 유형에 따라 크게 여섯 항목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형제의 죽음을 다룬 글이다. 형을 애도한 글이 두 편, 손아래 누이를 추모한 글이 두 편, 손 위 누이를 그리는 글 한 편을 묶였다. 두 번째는 아내의 죽음을 애도한 글이다. 여기에는 부부간의 사별의 정을 애틋하게 노래한 네 편의 글을 소개한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아내의 죽음과 남편의 애통한 심경을 다루고 있어, 읽는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다음으로 자식을 잃은 사연들을 모았다. 자식을 먼저 보낸 통한과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한 글인 만큼 읽는이의 마음까지도 눈물로 흠뻑 젖는다. 네 번째로는 자신의 죽음을 정리한 여섯 편의 글을 실었다. 죽기 전에 지난 날의 행적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삶의 정리한 고매한 글이다.

다섯 번째로 스승과 제자, 친구 사이의 사귐을 보여주는 열 편의 글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무주고혼들을 위안하거나, 제문을 통해 은유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암시하거나 모순된 사회상을 보여주는 글들을 모았다. 외로운 넋을 위무하는 글은 주로 지방관으로 부임한 관리가 민심을 달래기 위한 지은 것이며, 후자의 경우는 고전소설에서 사용된 장치로 당대를 통찰하기 위해 우의적으로 쓰여진 글에 해당한다.

 

여기 실은 40여 편의 글들은 실제 삶에서 맞닥뜨린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게 감상하거나 문장의 미적인 성취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절박하고 무거운 편이다.

   

태학산문선을 발간하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

1부 한 가지에 나서

아비는 부를 줄 모릅니다 - 김일손

다시는 너를 볼 수 없겠지 - 김창협

한잔 술에 정을 담아 - 조귀명

국의의 처방 - 박지원

새벽달은 누이의 눈썹 같았네 - 박지원

...

 

2부 고락을 함께 해왔건만

우리 딸이 시집갈 땐 - 김종직

가난했던 시절의 한 장면 - 허균

이제 편히 쉬시오 - 김창흡

이 아픔 당신도 알게 하리다 - 김정희

 

3부 나는 누가 묻어주나

나무에 글을 새기는 까닭 - 이규보

이 마음은 네가 알 것이다 - 상진

두려워하지 말거라 - 송준길

아아, 우리 며느리 - 조성기

여기는 모두 네가 오가던 길인데 - 김창협

...

 

4부 죽음을 맞으며

나의 일생 - 상진

땅속 개미들 내 입에 들어오고 - 남효온

내 마음 얻을 이 있으리 - 이황

재주 있음과 재주 없음의 사이 - 남유용

뒷사람을 경계한다 - 허목

...

 

5부 사우의 의

나옹의 뜻 - 이색

천도는 옳은가 그른가 - 정몽주

추강과 시를 주고받고 있겠지요 - 홍유손

아직도 자네 생각에 눈물짓네 - 송한필

이젠 저를 알아줄 이 없나이다 - 임제

...

 

6부 무명소객의 죽음

무주고혼들을 위로함 - 이원록

사람들을 해치지 마시길 - 이광덕

성현의 도와 유씨 노인의 도 - 이건창

 

편자 : 이승수

최근작 :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거문고 줄 꽂아놓고>,<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 14(모두보기)

소개 : 경기도 광주 사람으로 한양대 국문과에서 수학했다. 문학을 중심으로 역사와 지리가 만나는 지점에서 옛이야기를 듣고,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일을 한다. 10년쯤 뒤에 재미와 울림이 있는 한국문학사를 짓는 꿈을 종종 꾼다. 최근 <조선의 지식인들과 함께 문명의 연행길을 가다>, <거문고 줄 꽂아놓고> 등의 책을 냈으며, 박문수 전승의 역사적 기반 탐색, 불가(佛家) 한시(漢詩)에 내재된 그리움과 번민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혜정박물관의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양대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