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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는[한국 소설]

이카로스의 날개 2020. 10. 8. 00:41

흩어지는

[책소개 및 서지정보]

 

 

 

- 도서명 : 흩어지는

- ·그림 : 박 북

- 출판사명 : 이카로스의 날개

- 출판년월일 : 2020925

- 정가 : 8,000

- PAGE : 224 페이지

- 가로×세로 : 128×187mm

- ISBN : 979-11-88984-02-2 03810

- 분류 : 소설

 

 

책소개

비에 젖은 담배 연기처럼누구에게도 말 못 할 이야기

강간당한 여자의 남자, 그래서 뱃속의 딸마저 죽고그렇게 모든 게 무너져 소위 말해서 밑바닥 인생이라는 일당 잡부로 전락한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남자의 시선으로 기록된 남겨진 삶의 고통과 허무, 그리고 끝없는 자기 응시와 연민, 지금껏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이야기이자 서서히 죽음으로 흩어지는그래서 더욱더 분절된 듯한 어휘와 마치 담배 연기 같은 문체의 소설.

 

한 일당 잡부의 소소한 일상과 시선, 그리고 파편화된 회상

그리고 그 남자의 삶은 일당 잡부로 겨우겨우 연명하며 끝없이 악몽에 시달리는데그러나 그 역시 오래전에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하고서 아직 돌아가지 못한 영혼이 그대로 현실에서 살아남아 서서히 완벽한 무의 세계로 흩어집니다. 그러면서도 그 남자는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주위의 사소한 것들버려진 10원 짜리 동전, 떨어진 잎사귀, 옥탑방 바닥의 달팽이들과 그 흔한 참새들까지우리 사회 가장 밑바닥 직업군인 잡부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의 소소하면서도 따뜻하고, 세밀하면서도 어두운 면까지 기록하는데, 이 모든 풍경은 박북 작가만의 섬세한 미학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시멘트 먼지 같은 뿌옇고 분절된 문체 속에 적나라한 묘사

모든 것이 무너진 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얼마나 온전하고 매끄러운 글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존의 소설작법과는 다르게 시간과 공간의 구애 없이 이어지는데, 여자의 강간 당하는 장면이나 세월이 흐른 후 주인공 남자의 어쩔 수 없는 성적 욕망과 행위 장면에서는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과감하게 그려집니다. 그러다 또 순식간에 지극히 평범한 한 잡부이자 생활인으로서의 단면들이 나오면서 또 극한의 절망과 사색으로 이어지며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와 영혼은 물론 육신마저 흩어지는 초현실적인 몽환의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줄거리

새벽 인력 시장의 일당 잡부인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 남자는 매일매일 낯선 현장에서 시멘트 가루와 온갖 먼지와 무거운 자재들과 더러운 폐기물들을 나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남자는 강간당한 여자의 남자이자 그로 인해 태어나지도 못한 죽은 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여자는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 말도 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남자는 이 모든 것을 아무것도 모른 채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 이 남자는 한 남자이자 인간으로서 완전히 무너지게 되며, 자신이 했던 모든 일에서 떠나 지금은 일당 잡부로 겨우 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언제부터인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이한 행동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허름한 여관을 전전하며 가장 싸구려 성매매에 무의식적으로 집착하게 되는이성적으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데, 또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모습이 뿌옇게 보이고, 뭐랄까흩어진다고나 할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이 남자 역시 오래전에 자살한 것입니다. 그러나 영혼은 물론 육신도 아직 저승에 못 가 이승에서 그 잔재가 남아 떠도는 삶을 사는 것인데, 이 남자는 그조차도 모르거나 부정한다고 할까요. 그러함에도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더욱더 흩어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이 소설은 죽음이라는 대주제 속에 완벽한 무[]의 세계로 들어가는, 그래서 자신을 향한 끝없는 자기 응시와 연민을 이야기하며 그리고 가장 밑바닥 삶에서 경험하는 보통은 스치고 지나갈 법한, 버려지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사소한 일화들까지도 기록하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속으로

콘크리트악마의 눈물같이 곧 식어서 굳어 버리고 마는, 그래서 인간의 힘으로도, 웬만한 지진에도 버티는, 오직 인간이 만들어 낸 지구상의 괴물 같은 이물질.

 

그렇게 나는 무심히 내 그림자만을 조용히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그림자가 뒤집히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기억이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멈춰 있지.

 

잠들기 전, 문을 열고 나가 물끄러미 허공만을 쳐다보니 나처럼 적막하기만 하다.

 

바다 안개를 뚫으며 회색의 물결 사이로 곧바로 비취색의 빛이 뿌려졌고, 낮은 구름 사이로 온갖 화려한 회색빛들이 이 시간의 정복자인 듯 완벽하게 장악하며 온 하늘을 뒤덮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그렇고 그런 인연. 그러나 그 허무한 인연이라도 깊어질수록 이렇게 서리도록 아프고 초라해질 수 있다는 것.

 

혹시저 거울 속 내가, 정말 나 자신이 아니었을까?

 

내가 어디를 가는지 오직 바람만이 내게 물었고, 내가 누구인지 내리는 비에게만 말했다.

 

여관, 문득 생각해보니 우리 삶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그래서 더욱 낯선 그런 곳이 아닌가.

 

 

저자소개 : 박 북

서울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그림책 작가로 활동했다. 소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의 저작으로는 [자말, 최후의 결투 | 나를 건들지 마라!], [수미야, 미안해], [개가 우는 이유], [뭄바의 뿔 | 그리고전사의 심장], [카루스는 어디쯤 갔을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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